‘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참가단위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촛불은 계속된다’를 주제로 촛불 1주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퇴진행동은 촛불 1주년 전날인 28일 1주년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연합뉴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참가단위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촛불은 계속된다’를 주제로 촛불 1주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퇴진행동은 촛불 1주년 전날인 28일 1주년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연합뉴스
‘主權在民’헌법 조항 실현
민주주의 질적 향상 기여

‘적폐청산’만 강조하다보니
안보·경제 등 ‘미래’ 못담아
국민의 다양한 의견 사라져

28일 ‘촛불’‘태극기’ 집회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중심이었던 촛불집회가 오는 29일로 1주년을 맞는다. 촛불집회는 평화시위 문화를 정착시키고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촛불 과잉’으로 오히려 미래로 나아갈 동력과 다양성을 잃어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 촛불집회가 공헌한 바는 명확하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권 퇴진과 정권교체를 평화적으로 이뤄내며 헌법의 국민 주권 조항을 현실화했다. 이에 독일의 유서 깊은 정치재단이자 비영리 공식재단으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2017년 인권상에 ‘촛불 시민’을 선정하기도 했다. 촛불집회를 이끈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12월 5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공식 시상식에서 수상할 예정이다. 재단 한국사무소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촛불집회는 모범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시민의 의지와 헌신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촛불 이후 1년, 일각에서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적폐 청산’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지나치게 과거에 갇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정신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정부 기관들이 과거사 들춰내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 야당마저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의 640만 달러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며 과거 회귀의 맞불을 놓으면서 사회 분열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4일 “안보·경제 이야기 등 나눠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 적폐 청산만 강조하다 보니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촛불 정신’이 절대 선(善)처럼 여겨지면서 ‘촛불 청구서’ 등 진보단체들의 요구와 목소리는 커지는 반면, 보수 진영은 발언권조차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6월 20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 승리의 발판을 만든 주역”이라며 “일자리위원회가 한국노총을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진보단체는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정부에 적극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보수단체는 사무실을 줄이거나 후원금이 끊기는 등 존폐 기로에까지 놓인 상황이다. 반(反)정부 성향 인사 등의 활동을 제약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행태에 대한 반발 성격이 크지만, 특정 세력이 정의와 진리의 독점자처럼 행동하는 것은 다양한 의사가 자유롭게 표출되는 민주주의 공론장의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촛불이 보여준 것은 ‘광장 민주주의’의 힘이었지만, 배타적 공간으로 변모하는 순간 광장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보수 또한 국민이므로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며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경쟁하지 못하면 독재”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당장 촛불 1주년 잔칫날에도 보·혁 충돌이 예고돼 있다. 오는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촛불은 계속된다’를 주제로 촛불 1주년 기념 문화제가 열린다.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2시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6시부터는 문화제가 진행되고, 이후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방향으로 거리행진도 할 예정이다. 보수단체는 태극기집회를 열 계획이다.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는 같은 날 중구 대한문 앞에서 오후 2시부터 3000여 명,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은 서울역광장에서 1000여 명 규모의 집회를 개최한다.

김현아·조재연 기자 kimhaha@munhwa.com

관련기사

김현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