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법조계 원로 한목소리

오는 29일 촛불집회 1주년을 앞두고 사회 원로들은 “지난해 촛불집회는 성숙한 시민의식 발전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도 “입법·사법·행정이라는 제도권의 ‘절차’를 무너뜨렸다는 점은 부작용”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어 “절차적 민주주의야말로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인 만큼 이제는 시민·제도권이 함께 이를 회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2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이 그동안 전혀 없었던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한 단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며 “다만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는 단순히 촛불이라는 상징적인 요구만으로 해결되지 않기에 무엇보다도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식 전 헌정회장은 “촛불집회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공명정대하지 않으면 시민이 직접 그 자리를 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줬다”며 “이는 앞으로 대통령 하는 사람에게도 큰 교훈이 될 수 있겠지만, 전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된 촛불이 지금은 본래의 순수했던 이미지는 퇴색된 채 정치 세력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촛불집회와 같은 광장 정치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사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라며 “광장 정치는 대중의 의사를 한쪽으로 몰아가기 때문에 ‘조작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현 정부가 촛불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하나, 한쪽으로 치우친 정신을 이어가면서 온 국민을 포용할 수 있겠느냐”며 “제도권과 시민 모두 법치라는 절차와 과정의 테두리 안에서 이성적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한변협회장을 지낸 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주요 정책은 국무회의에 부쳐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예를 들어 최근 탈원전 관련 논의는 이러한 절차가 생략됐다”며 “현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대중에게 견해를 물었는데, 이는 광장 정치의 연장선이자 법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관용 전 의장도 이와 관련해 “아무 권한도 없는 공론화위를 만들어 의사결정권을 주고, 이를 숙의민주주의라고 자찬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입법·사법·행정의 제도권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먼저 절차적 민주주의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훈·조재연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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