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국감서 전관예우 질타

“전직 국방부 장관이 적국과의 법정 소송에서 변호를 맡은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이 퀄컴과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지난 3월에 합류한 것은 문제”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다국적 통신업체 퀄컴에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반발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이달 안에 소송의 법적 절차가 시작된다. 전 공정위원장이 퀄컴 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것을 현행법으로 막기는 어렵다.

이날 국감에 참석한 공정위 국·실장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개인의 직업선택 자유라는 측면에서 노 전 위원장의 행보를 탓할 수 없다. 하지만 ‘전관예우’라는 도마에 오르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공정위 간부들의 속마음이 읽혔다.

24일 국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가 법적 분쟁을 겪다 패소한 사건 중 72%가 김앤장, 율촌, 태평양 등 대형 법무법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동안 공정위 4급 이상 퇴직자 20명 가운데 17명이 대기업(13명)과 대형 법무법인(4명)에 재취업한 것과 연관된다. 법무법인이 공정위 간부들의 재취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전관예우가 암암리에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퀄컴 소송도 공정위 전직 관료가 연결돼 있어 솜방망이 판결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오후 공정위는 퇴직자의 전관예우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외부인 윤리준칙 제정 및 면담 프로세스’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킬지는 미지수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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