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사 “허황된 생각만 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풀어내 연합군 승리에 막대한 공헌을 하고 컴퓨터 공학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 인류 역사상 빛나는 천재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영국의 앨런 튜링(사진)이 학창 시절 학교에선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1929년 영국의 사립 명문 셔번 스쿨의 수학 교사는 튜링의 학적 기록부에 그의 제자가 수학에서 뚜렷한 장래성을 보여줬지만 일급 수학자가 되는 데 필수적인 일목요연한 논지 전개 능력에서 다소 결함이 있다고 밝혔다.
그의 물리 교사 역시 “그는 케임브리지가 애매한 생각보다는 명료한 지식을 원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튜링의 국어 교사는 허황된 생각만 한다고 그를 꾸짖은 적도 있다. 튜링은 1928년 16세의 나이에 셔번 스쿨에 입학했다. 당시 그의 학적 기록부만 보면 그는 모범적인 학생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암호해독반에 근무하며 에니그마를 푸는 데 성공, 영국의 숨통을 죄고 있던 독일 잠수함으로부터 영국을 구해내는 데 막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또한 복잡한 일이 원리적으로 단순한 사칙연산으로 분해될 수 있다는 것과 이 과정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형식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컴퓨터 공학 발전의 토대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공헌과 업적은 뒤늦게 밝혀졌다. 튜링은 동성애자로 낙인찍혀 영국 법원의 야만적 판결(화학적 거세)과 정부의 냉대 끝에 지난 1954년 41세의 나이에 청산가리가 주입된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비극적인 종말뿐 아니라 그의 주 활동 분야가 국가 안보와 연관이 있는 분야다 보니 영국 정부는 그의 존재를 최대한 베일 속에 감추는 데 급급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회사 애플의 유명한 사과 모양 로고는 튜링의 업적을 기린 오마주라는 말도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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