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김명수 대법원장에 이어 새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된 유남석 고등법원장까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 후보자는 파견근무 2차례를 통해 4년간 헌법재판소에서 일했으며, 헌법연구회 회장을 지내는 등 법원 내의 헌법 전문가로 꼽힌다. 그로 인해 오래전부터 대법원장에 의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번에 대통령에 의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유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 호남 출신에 우리법연구회 경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과거 정권에서는 그러한 경력 때문에 오히려 지명되지 못하다가 이번 정권에서는 그 때문에 지명된 게 사실이라면, 헌법재판관 임명의 정치적·이념적 중립성과 관련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법원 내 판사들의 모임이던 우리법연구회는 이념적 편향성이 문제돼 해체됐고, 유 후보자도 그 후 거리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유 후보자의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가 아니라, 그동안의 행적에서 이념적 편향성이 나타나고 있는지 여부다. 즉, 우리법연구회에 가입했던 모든 사람은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지만, 거꾸로 이런 경력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적어도 검증의 필요성은 인정돼야 하며, 인사청문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검증을 해야 한다. 검증 결과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물론 별도의 도덕성 문제가 대두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유 후보자의 우리법연구회 경력이 헌법재판관 임용의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가 판사들의 모임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주목받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나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 등에 비하면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나타나는 이념적 편향성은 미미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법연구회 등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더 큰 이유는, 사법의 본질이 공정성이며,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의 하나가 사법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데 있다. 다양한 견해가 자유롭게 경쟁하는 가운데 이른바 사상의 자유 시장을 통해 진리를 확인하는 정치 과정과는 달리, 법원의 사법적 판단은 ‘인권과 법치의 최후 보루’로서 가장 엄격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요구받는 것이다.

법관에 대한 강력한 신분보장이나 법원 조직의 제1원리로서 사법부 독립의 강조는 바로 이러한 사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법관들 스스로 이념적 편향성을 갖는 조직을 구성한다면 그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일부 법관이 정치적 편향성이 매우 심각한 발언을 했고, 심지어 그 후 법복을 벗고 국회의원이 되는 등의 선례가 있으니 법관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도 많이 깨진 상태다.

앞으로도 임기 만료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후속 인사가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의 사법부에 대한 인사권은 정치적 중립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대한 코드 인사는 사법의 근간을 흔들게 되며, 그 피해자는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로 인한 후폭풍은 국가 전반, 국정 전반에 미칠 수밖에 없으며, 청와대도 예외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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