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 ‘쌀값 안정화’ 점검

작년보다 9일 빨리 37만t 격리
물량도 시장에 즉각적으로 공개

쌀값 10월부터 15만원대 안정
김영록 장관 강한 의지 ‘효과’

변동직불금 지난해 절반 줄듯
7000억원 이상 재정절감 예상


바닥 모르고 떨어졌던 쌀값이 10월부터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돌입했다. 쌀값의 안정으로 인해 올해 변동직불금에 소요될 예산도 그만큼 줄게 됐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취임 후 첫 과제였던 쌀값 정상화가 뒤늦게나마 실현돼 정부는 물론 농가도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2017년산 쌀의 시장격리 물량 37만t에 대해 시·도별 물량을 배정하고, 매입 지침을 확정해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이는 지난 9월 28일 발표한 37만t 격리방침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올해 시장격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2017년 공공비축미 지자체 배정비율(50%) 외에 재배면적 비율(50%)도 함께 반영했다. 또 시장안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연내에 최대한 빨리 농가로부터 매입할 예정이다. 가격 역시 공공비축미 매입가격과 동일하게 지급하고, 우선지급금도 매입시점에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농업인의 수확기 자금 수요 등을 감안해 11월 중 매입대금의 일부 지급을 검토한다.

이 같은 정부의 수확기 대책이 시장에 곧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일자 산지 쌀값은 80㎏ 기준 한 가마에 15만984원을 기록했다. 5일(15만892원)과 비교해 92원(0.06%)이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만1808원보다 14.5% 높다. 아직 평년 가격인 16만6527원에는 못 미치지만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실 산지 쌀값은 2015년 4월 15만 원대에 진입한 이후 2017년에는 13만 원대 아래로 떨어졌으며, 올해 6월에는 12만6640원까지 추락했다. 20년 전인 1996년도의 쌀값 수준이다. 이로 인해 쌀농가 소득 보전을 위한 변동직불금 규모도 천정부지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구곡 교체기에 쌀값이 15만 원대에 진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적절한 수확기 대책 발표를 들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선제적으로 수확기 대책을 발표, 격리 물량을 즉각 공개한 것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9월 28일 발표는 햅쌀 가격이 형성되기 전으로, 이 역시 역대 처음 있는 일이다. 또 10월 15일자 쌀값이 10월 5일보다 오른 사례도 2005년 양정개혁 이후 처음이어서 정부 내부에서도 놀라는 표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수확기 대책이 10월 6일에 발표됐고, 내용 역시 ‘초과공급량 격리’라는 원칙만 발표했을 뿐 물량은 11월에야 최종 결정돼 쌀값 정상화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 매입량 72만t(공공비축 35t+시장격리 37t)을 미리 공개해 쌀값 인상의 불을 댕겼다. 시장격리량 37t 자체도 수확기 격리로는 역대 최대 물량이어서 시장에 쌀값 상승의 시그널을 주기에 충분했다.

쌀값의 정상화로 얻은 재정절감 효과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지난해 정부는 1조4900억 원을 변동직불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수확기 쌀값이 15만 원을 유지할 경우, 7389억 원만 지급하면 된다. 작년보다 7511억 원이나 예산을 절감한다. 만일 16만 원까지 쌀값이 인상된다면 변동직불금 지급 액수는 3566억 원까지 떨어진다. 이렇게 절감된 예산을 다른 농정에 투자할 수도 있다. 정부는 예산 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공익형 직불, 타 작물 재배 및 동물복지 축산 등에 투자해 농정개혁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쌀값 인상으로 인해 부작용도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농가의 쌀값 상승 기대감이 커져 공공비축이나 시장격리 물량을 못 채우는 일이 발생하거나, 내년부터 본격화할 쌀 생산조정제 시행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쌀값의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벼농사를 유지하려는 농가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5만㏊를 목표로 시행 예정인 벼의 다른 작목 전환이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정부 매입가격 결정과 생산조정 참여농가의 소득보전 등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살펴 쌀값 정상화로 나타나는 여러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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