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시청에선 정무 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2015년 말 퇴임사가 회자되고 있다. 임 실장은 박원순 시장 곁에 있다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으로 말을 갈아탔다.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임 실장은 “여러분과 다시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퇴임식을 준비하지 말라는 지시를 어기고, 자리를 마련한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한 말이다. 하지만 시 공무원 사이에선 “‘임 실장이 (서울 시장이 돼서) 시로 돌아오겠다’고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더 많다. 정확히는 그렇게 되길 바라는 시 공무원이 많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선 박 시장 교체론도 나온다.
이런 상황은 박 시장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하는 바람에 피해자이지만 되레 자유한국당으로부터 현 정부의 적폐청산 코드 맞추기라는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다. 안으로는 시청 직원의 잇단 자살 사건으로 리더십마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6년간 박 시장이 시정 개혁을 통해 서울의 변화를 주도했고, 미래 서울의 모습을 그렸다는 평가를 부인할 순 없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및 에너지 절약, 도시 재생 등은 박 시장의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나홀로’ 리더십은 오래도, 멀리도 가지 못한다.
시 공무원들은 박 시장 측근들을 ‘6층 사람들’이라 부른다. 본청 6층에 박 시장 집무실과 비서실이 있기 때문이지만, 그 말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란 거부감이 포함돼 있다. 20여 명이 근무하는 비서실에 업무 지원을 하는 직원을 빼곤 모두가 박 시장이 데려온 ‘어공’(어쩌다 공무원·시민단체 등 외부 출신 공무원)들이다.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로,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 계층 출신들이다.
박 시장은 지난 1월 경선 경쟁자였던 문 대통령을 ‘청산 대상’이라고 비판했다가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정도로 지지율이 급락한 경험을 했다. 이른바 ‘문빠’(문 대통령 절대적 지지층)들에게 찍혔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당내 기반이 약한 박 시장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 순위를 순식간에 조작할 정도로 조직력과 실행력을 갖춘 문 대통령 지지층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성공한 리더 가운데 다른 정치인 지지층에 기대어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6층 사람들의 민원성 업무 간섭과 요청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시청에선 박 시장이 문 대통령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밝히기 전에 해야 할 일은 6층 사람들을 읍참마속하는 것이다. 23일 서울시의회가 주최한 새로운 공직문화 만들기 토론회에서 “시민단체 사람이 보낸 메일을 그대로 부시장이나 기조실장에게 보내지 마세요. 생각 좀 하시고 보내시거나 최소한 실현 가능성이나 실익을 판단할 수 있는 책임 비서관을 두세요”라는 따끔한 지적이 나왔다. 박 시장이 서울시 최초의 3선 시장이 되고, 포스트 문재인을 노린다면 꼭 새겨야 할 충고다.
y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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