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재위 1894∼1917)와 발레리나 마틸다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 ‘마틸다’(감독 알렉세이 우치텔)가 러시아 사회에 혼란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성인인 니콜라이 2세를 모독했다는 신도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화 상영 반대가 옛 소련의 문화 검열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일 저녁 모스크바의 악쨔브리 극장에서는 마틸다 시사회가 열렸다. 극장 주변은 정교회 신도들로 구성된 수십 명의 시위대로 북적였고, 소란을 일으킨 몇 명은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니콜라이 2세의 초상화를 들었고 기도문을 암송했다. 한 여성은 “마틸다가 성인을 모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정교회 신도들은 영화 상영에 반대하며 우치텔 감독의 스튜디오에 화염병을 투척하기도 했다. 화염병을 실은 자동차가 영화관으로 돌진하는 방화 사건도 일어났다. 시사회가 진행되는 극장 안에서도 소란스러움은 감지됐다. 왕궁에서 공연을 하던 마틸다의 발레복 상의 끈이 풀어져 왼쪽 가슴이 노출되자 니콜라이 2세가 들고 있던 쌍안경을 떨어뜨리면서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서 웃음소리가 터진 것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니콜라이 2세를 러시아 혁명 후 총살당한 가족과 함께 지난 2000년에 성인으로 추앙했다. 그는 귀족과 농민을 포함해 5000명이 넘는 러시아 정교회 성인 중 황제로서는 유일하게 성인 반열에 올랐다. 러시아 정교회는 청렴한 성격에 가족애 이미지가 강한 니콜라이 2세가 사생활이 난잡하고 황제 취임을 두려워하는 나약한 인물로 그려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의 영화상영 중지 요구는 옛 소련의 문화 검열 시스템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타스 통신은 25일 러시아 국민의 48%는 “마틸다 상영중지는 옳지 않다”고 답했으며 53%는 “방화 등 폭력행위자는 처벌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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