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가 3개월 만에 재개된 가운데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 74차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김용환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가 3개월 만에 재개된 가운데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 74차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김용환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수원, 외부 법률검토 착수
내년 월성1호기 중단하면
손실 1조5000억 떠안을판
신고리때와 유사 갈등 조장
산업부 “행정적 권고일 뿐”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자력발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졸속’으로 탈(脫)원전 로드맵에 대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탈원전이라는 정부 정책에 상충하는 한수원 경영 목적 등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한수원 조치의 근거가 될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청와대의 일방 발표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임시 중단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갈등을 반복·조장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7일 한수원은 산업부가 지난 24일 발송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 관련 협조 요청’ 공문에 대해 외부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이 공문에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정부 방침으로 확정했다는 것과 함께,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을 정부 정책으로 확정했으니 한수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는 내용의 한 문장만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공문을 받아든 한수원은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와 그 후속 조치에 대한 안건만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한수원 관계자는 “‘탈원전 로드맵에 대해 한수원이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는 단 1개의 문장으로 인해 이사회가 혼란에 휩싸였다”며 “탈원전 로드맵 자체가 한수원 경영 목적과 이해 상충이 발생하기에 일단 법률 검토를 먼저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수원 내부에선 산업부 공문이 지난 신고리 5·6호기 공사 임시 중단 당시와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다. 산업부가 탈원전을 정부 정책으로 못 박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법률적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모든 결정과 책임을 한수원 측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곽대훈(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한수원에 요구하기 이전에 한수원의 역할 조정을 먼저 법률로 규정해줘야 한다”며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에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고 책임이 따르는 문제를 공문 내 1개 문장으로 떠넘기는 무책임함을 다시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탈원전 로드맵의 핵심 내용인 월성 1호기 중단과 향후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는 한수원에 엄청난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5년 가까이 가동할 수 있는 월성 1호기를 내년부터 중단하는 데 따른 손실액이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피해가 예상되는 정책임에도 산업부는 사전 법률적 검토 없이 확정된 정책이란 이유로 서둘러 공문을 발송한 것이다. 탈원전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8차 전력수급 계획에 담은 후에 한수원에 조치를 요구해야 함에도 산업부가 졸속 처리한 것을 두고 청와대의 ‘비상식적인 압력’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를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한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을 한수원이 이행하도록 행정적 권고를 한 것이며, 향후 법률적 검토도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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