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회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 KT 광화문빌딩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집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 얼굴 사진에 비비탄 총알을 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회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 KT 광화문빌딩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집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 얼굴 사진에 비비탄 총알을 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안보위기 상황서 국격·국익 훼손
‘주한미군 철수 유도 의도’지적도
시민들 “대한민국 국민맞나”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11월 7∼8일)을 앞두고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학생·청년 단체들의 과격 반미 시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 얼굴 사진에 비비탄 총알을 쏘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의 애완견으로 희화화하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30일 “민주 사회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자유지만, 안보가 불안한 상황에서 감정적 반미 몰이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한을 앞둔 미국 대통령을 극단적으로 비난해 미국 내에서 주한 미군 철수 주장이 나오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논란이 된 퍼포먼스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주최로 전날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 KT 광화문빌딩 앞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집회에서 이뤄졌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에 비비탄 총알을 쏘는가 하면 문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붙은 푸들 인형이 트럼프 대통령 가면을 쓴 사람에게 끌려다니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참수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다. 또 다른 반미단체 ‘방탄청년단(방미 트럼프 탄핵 청년원정단)’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운동을 벌이겠다며 지난 25일 출국했다가 미국에서 입국 거부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한대련 등의 행태가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문 대통령을 조롱할 것이 아니라 지지하고 격려해야 하는 안보 위기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호불호에 치우쳐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국빈으로서의 예우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대안 없는 극단적 주장과 감정적인 표현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진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우인식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미국에서 반한 감정이 일어나면 우리 입장만 난처해진다”며 “이런 과격 시위에는 주한 미군을 철수하게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미 시위에 대해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진보 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자라고 밝힌 대학생 조 모(25) 씨는 “노력하고 있는 정부에 힘을 주지는 못할망정 웬 반미 시위냐” “저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 맞나 싶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너희는) 진보라는 단어를 쓰지 마라” “그렇게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냐. 그럴 거면 아예 북한으로 가라”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심지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까지 나서서 “미국에서 인기 많은 방탄소년단이 반미 단체 방탄청년단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거 아니냐”고 비난했다.

김수민·조재연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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