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국감 보이콧’ 철회

지난 27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 이사 선임에 반발해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던 자유한국당이 30일 국감장으로 유턴(U-turn)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대여 투쟁도 좋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각종 법안 심사,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굵직굵직한 정기국회 일정을 앞두고 제1야당이 자리를 비울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론의 지지는 물론 다른 야당의 공조도 이끌어 내지 못한 채 불과 사흘 만에 ‘빈손 회군’에 이른 것을 두고 당내에서조차 원내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30일 의원총회 직후 “정부·여당에 이 정도 경고를 보내는 선에서 국감에 복귀하는 게 맞는다”며 “무작정 보이콧을 이어가다간 득보다 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대여 투쟁을 위해 국감 보이콧이라는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들었지만, 지금의 보이콧 기조를 11월까지 이어가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복귀 결정에 따라 국회는 이날부터 전면 정상화될 전망이다. 31일 국감이 마무리되면 여야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둘러싼 ‘예산 전쟁’, 주요 법안 처리를 둘러싼 ‘입법 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당은 원내로 복귀하지만 대여 투쟁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도 ‘공영방송이 사망했다’며 전원 검은색 양복을 입고 의총에 참석했다. 의원 전원이 국감장에서 쓰는 노트북 컴퓨터에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팻말을 내걸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국감 보이콧이 불과 나흘 만에 ‘빈손 회군’으로 끝나면서 원내 지도부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한국당의 국감 복귀 결정에 대해 “누굴 위한, 누구의 보이콧이었느냐”며 “(한국당이) 양떼 목장의 늑대 신세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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