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의 칼 쥐게됐다” 평가에
“경제총괄 소홀 우려” 지적도
요즘 기획재정부가 벌집 쑤신 것처럼 부산하다. 조용한 정책 부처가 갑자기 사정기관이라도 된 것처럼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세종 관가(官街)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7일 기재부를 중심으로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12개 부처 수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를 열고 공공기관 채용 비리 척결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갑자기 강력한 ‘사정의 중추(中樞)’로 급부상했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 척결을 총괄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본부장 기재부 2차관)가 기재부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은 최종적으로 330개 중앙공공기관, 149개 지방공기업, 610개 기타 공직 유관 기관 등 모두 1089개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입사한 사람들만 따져도 중앙공공기관 입사자 9만251명을 포함,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재부가 갑자기 공공기관 채용 비리 척결을 위한 주무 부처로 등극한 이유는 “공공정책국이 있는 기재부가 공공기관 채용 비리 관련 사안을 총괄하는 게 좋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재부 실무진은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안만 마련하고, 일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통령 지시로 특별대책본부까지 만든 이상, 공공기관 채용 비리 척결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곤궁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조사권이 없는 기재부는 경찰청 등의 직원을 특별대책본부에 파견받아 이들이 조사를 나갈 때 동행하는 형식으로 현장 조사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권력의 칼’을 쥐게 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사정 업무에 휩쓸리면서 기재부 본연의 업무인 경제정책 총괄 기능에 관한 관심이 식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김대중 정부 이후 기재부가 정권의 ‘사정 바람’에 휩쓸려 들어간 것이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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