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령 받을 인력 먼저 부른 것”
인사위 심의 없이 절차 무시
일선 검사들 충성경쟁 내몰아


서울중앙지검이 전국 각 지검·지청 검사 40여 명을 파견받아 적폐청산 관련 수사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이번 파견과 관련, ‘내년 정기인사 때 서울중앙지검에 발령받을 검사를 먼저 부른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인사를 매개로 현 정권의 핵심 국정 목표에 검찰을 동원하고 결과적으로 전국 검찰이 경쟁적으로 적폐청산 수사에 나서도록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광덕(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전국 각 고·지검, 지청으로부터 41명의 검사를 파견받았다. 매 정권 특별한 사건 수사를 위해 검사를 파견받은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검사를 파견받은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파견 검사 발령 현황을 보면 국가정보원 댓글부대 수사 등을 맡은 2차장 산하 부서에 13명이 배치됐다. 공안2부에 6명, 공공형사수사부에 5명, 외사부에 2명 등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사건 재판에 주력하고 있는 특수4부에는 3명이 투입됐다. 그 외 25명은 형사부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조사부 등에 배치됐다. 검사 출신인 주 의원은 “형사부 등에 있는 파견검사들도 적폐청산 수사에 투입된 검사들의 공석에 배치됐거나, 소관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지난 8월 민간인 댓글부대 의혹과 관련된 30여 명을 수사 의뢰하는 등 정부가 수사 의뢰한 사건만 8건에 이르자,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등 전원이 적폐수사에 매달려도 부족해 지방에서 근무 중이던 검사들까지 파견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은 41명의 검사를 파견받으면서 당사자와 각 고·지검, 지청에 “내년 검사 정기인사 때 중앙지검으로 발령받을 검사들을 먼저 데려온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임명과 보직 등 인사는 ‘검찰청법’ 제34조에 따라 검찰인사위원회를 개최해 검사의 임용, 전보 등의 사항을 심의해 법무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에 따라 이뤄져야 하지만 이런 절차와 규정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주 의원은 “관례에 따라 몇몇 검사를 파견받은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검사 파견을 받은 것은 사실상의 검찰청법 위반”이라며 “서울중앙지검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열심히 하면 중앙지검에 남겨주겠다’는 메시지를 파견 검사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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