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헌수 前기조실장 진술 확보
‘문고리 3인’ 모두 사법처리 수순
정치권 흘러갔다면 파장 클듯
국정원 10년간 특활비 지출 최고
국가 기밀 이유로 비공개 관행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과 청와대 간 ‘검은 거래’가 검찰의 수사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31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체포는 관련 수사 확대의 신호탄이다.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혐의다. 무엇보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흘러간 특수활동비(특활비) 수십억 원의 성격과 관련, 정부 차원의 정상적 예산 사용이 아닌 뇌물로 판단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 검찰의 수사망을 피했던 두 비서관에 대한 사법 처리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2014∼2015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데 관여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로 규정, 사용 내역 수사 확대 = 검찰의 관련 수사는 이미 상당 정도로 진행됐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에 대한 전격 체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자택 등의 동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돈의 성격도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내린 모습이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그렇게 주면 안 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뇌물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국정원의 화이트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매년 10억 원가량의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관련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로 흘러간 돈의 규모, 경위 등에 대해서도 파악한 검찰은 이를 ‘뇌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과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청와대의 국정원 특활비 사용 내역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청와대를 거쳐 정치권으로 국정원 특활비가 흘러갔다면 수사가 전면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두 비서관 외 추가로 돈을 받아 챙긴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도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두 분(이재만·안봉근)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문고리 3인방’ 전원 구속 가능성 = 검찰은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앞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청와대 문건 등을 건넨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이어 ‘문고리 3인방’이 모두 구속될 가능성이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때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은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만 불구속 기소돼 여권 등에서 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이 수사 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다른 혐의에 대한 조사도 벌일 가능성이 있다.
◇다시 도마 오른 ‘눈먼 돈’ = 국정원의 특활비는 2017년 기준 4930억8400만 원에 달한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특활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기관 역시 총 4조7642억 원을 지출한 국정원이었다. 10년간 정부가 사용한 전체 특활비(8조5631억 원) 예산의 절반이 넘는 비중이다. ‘눈먼 돈’이라 불리는 정부기관의 특활비 중에서도 국정원의 특활비는 양과 내용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국정원의 특활비 용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밝혀진 적이 없다. ‘정보수집용’으로서 사용되는 특활비의 지출 내역이 공개되면 국가 기밀이 공개될 수 있다는 이유다. 비공개 관행은 과거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 다만 사용내역이 공개되지 않은 특활비라도 공무 외 목적으로 쓰이거나 위법한 행위에 쓰인다면 업무상 횡령 또는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민병기·이정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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