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부터 시행 예정
법적 기준치 없는 농약성분
1㎏당 0.01㎎ 이하만 허용
잔류허용기준 미설정 140종
기존엔 국제규격 적용했지만
소비자 불안 커지자 제도화
농가·수입업자 등 타격 우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주부 송은애(35) 씨는 최근 불거진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잔류농약’을 신경 쓰면서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특히, 특별한 조리 없이 곧바로 섭취가 가능한 농작물을 구매할 때면 더욱 예민해진다. 송 씨는 “아이들이 과일이나 채소를 대충 씻고 먹을 때마다 엄마로서 걱정된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장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씨처럼 ‘먹을거리’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를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2019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농약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Positive List System)를 통해 소비자 불안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LS는 법적 기준치가 없는 농약 성분의 경우, 일괄적으로 ‘0.01㎎(㎏당) 또는 0.01PPM 이하’만 검출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용하지 않은 농약 성분은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했다.
식약처는 그동안 기준치가 없었던 농약 성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 지난 2015년 9월 고시를 통해 이 제도 시행을 예고했다. 다만, 아직도 새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PLS 도입 시 농작물에 대한 ‘부적합률’도 증가해 농가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 도입 후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도 도입한 PLS… ‘농약 유입 사전 차단’ = 1일 식약처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도입할 예정인 PLS는 일본이 2006년 5월 가장 먼저 시행한 제도다. 이후 유럽연합(EU)과 호주·대만 등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PLS와 유사한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 제도’를 1960년대부터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PLS를 도입할 당시 여러 가지 장점을 강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PLS가 “자국의 농업과 환경·소비자를 보호하고, 검역강화를 통한 수입제한으로 자국 농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유엔 농약전문가그룹(UN JMPR)’ 등 국제기구에서 합성물질의 1인 1일 섭취 허용량을 0.01PPM으로 설정하고 있어, 이를 기준으로 PLS 농약 성분 기준치를 0.01PPM 이하로 규정했다.
아직 PLS를 도입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잔류허용기준이 미설정된 농산물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기준’을 적용하거나 ‘유사농산물 최저 기준’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먹을거리 안전을 확보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전 세계에 등록된 농약이 600여 종으로, 국내 기준으로 설정된 농약만도 463종, 국내 기준으로 미설정된 농약이 140여 종에 달하는 상황이다. 국내에 미등록된 농약이 잔류한 식품이 수입 시 검사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미등록 농약의 경우 잔류허용기준이 없어 인체 노출 안전관리마저 어려운 실정이었다.
박선희 식약처 식품기준기획관은 “PLS는 잔류농약 안전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정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기준 강화’하면 ‘버섯 36%’ 판매 불가?… ‘제도 도입되면 지금과 비슷해질 것’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PLS 도입 이후 농산물 부적합률이 시행 이전보다 9.8%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버섯류의 경우 PLS 도입 이전에는 전체 생산품의 2.1%만 부적합으로 분류됐지만, PLS를 적용하면 36.4%가 부적합 판정을 받고 사과·배 등 과실류 부적합률은 0.4%에서 17.8%로 뛰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신뢰성 있는 부적합률 예측치 산출을 위해서는 PLS가 전면 시행되는 2019년 1월을 기준으로 식약처가 설정할 예상 잔류허용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전면 시행 전까지 직권등록으로 사용 가능한 농약을 확대하고, 관행적인 농약 사용·판매의 행태를 바로잡으면 PLS 도입 시 부적합률은 현행 수준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식약처는 모든 농산물에 대한 PLS 전면 시행 예정에 따른 관련 수출국과의 외교적 마찰에도 대비하고 있다. PLS에 대비해 수입식품의 잔류허용기준 설정을 추진하고, 수입식품 잔류허용기준 신청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제도 시행에 앞서 홍보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도 고령화한 농민들이 판매상 추천만 믿고 등록되지 않은 농약을 구매하거나, 작은 면적 재배 농산물에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이 부족해 비슷한 방제 효과를 지닌 농약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PLS 전면 도입에 대비해 수입자 및 국내 생산자 대상 홍보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이번 조치로 불필요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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