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 읽기-궁궐’ 홍순민 교수

“조선왕조실록 등의 史料
절반 이상 궁궐서 이뤄져”
다음번 작업은 종묘 연구


“궁궐은 왕조 국가의 주권자이자 통치자인 임금이 사는 곳이다. 임금은 궁궐을 벗어나는 일이 드물었다. 임금의 일상생활과 공적인 활동은 대부분 궁궐에서 이뤄졌다. 궁궐은 왕조 국가의 중심이요, 최고의 관청이었다. 궁궐은 임금이 존엄을 과시하고 정치적·행정적인 명령을 내린 곳이다. 궁궐을 모르고는 정치도 역사도 알 수 없다.”

두 권짜리 한양의 궁궐에 대한 안내서 ‘홍순민의 한양 읽기- 궁궐’(눌와)을 출간한 홍순민(왼쪽 사진)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가 밝히는 ‘왜 궁궐인가’에 대한 답이다.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적 자료를 보면 많은 일이 궁궐에서 이뤄진다. 어느 건물에서 어느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매우 디테일하다. 궁궐에 대한 섬세한 공간 배경을 알지 못하면 그곳에서 이뤄지는 행위 활동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궁궐은 중심 건물의 뼈대만 드문드문 남아 있다. 그래서 궁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왕국은 민주공화국으로 바뀌고, 임금은 사라졌고 궁궐도 본래 기능을 잃고 겉모습만 남았다. 게다가 요즘 들어 궁궐은 외국인들의 관광 코스이자 예쁘게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들이 사진을 찍는 곳으로 바뀌었지만 궁궐을 왜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그대로라고 했다.

이번 책은 그가 1999년에 출간, 스테디하게 팔린 ‘우리 궁궐 이야기’의 개정판이자 후속 연구서이다. 당초 홍 교수는 주변에서 왜 개정판을 내지 않느냐는 요청이 많아 개정 작업을 벌였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새로운 내용이 들어가면서 분량이 두 배 이상 넘치게 됐고, 기존 책에 들어가지 않은 도판 500여 컷이 새로 들어가면서 완전히 새 책이 됐다.

책의 상권은 궁궐을 이해하기 위한 개론서로 궁궐이 자리한 서울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해 궁궐이 어떤 곳이었는지, 어떻게 짜인 공간이었는지를 설명하고 궁궐의 역사를 따라가며 각 궁궐의 탄생과 운영, 변천을 살핀다. 하권은 서울의 다섯 궁궐을 돌아보는 답사를 위한 안내로 임금과 신하들이 머물렀던 위엄 있고 화려한 전각뿐 아니라 궁궐에 살던 사람들의 삶이 배어 있는 우물과 담장, 건물이 사라진 빈터 등을 따라가며 궁궐이 본래 기능을 하던 때의 모습을 그려낸다.

“한국사 연구자들은 문헌에 의존하는데 공간 배경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건축 영역에서 바라본 궁궐 연구는 시간과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미술사의 경우 미학적 대상물로만 바라보는 한계가 있다”며 제각각 떨어진 분야를 연결하는 융합·통섭의 연구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궁궐 연구에 이어 올해 초엔 ‘홍순민의 한양 읽기: 도성’을 펴낸 그는 그다음 작업으로 종묘 연구에 돌입할 예정이다 .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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