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뇌를 닮은 CPU·부드러운 무쇠팔…‘인체의 한계’에 도전하다
“몸에 구멍 뚫지않고 수술하는
캡슐형 로봇도 개발하고 싶어
더오래 걷고 움직일수 있도록
유연·편안함 구현하는게 과제”
“로봇이 수술을 할 수 있으려면 우선 무거운 물체를 들 수 있어야 하고, 머리카락을 집을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작업을 수행해야 하며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안전성까지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특징들을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로봇에 적용한다면 의료 분야 활용 가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젊은 로봇 공학자로 알려진 김용재(43) 코리아텍 전기전자통신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의료 로봇 중에서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수술 로봇은 생명을 다루는 만큼 안전성 확보는 물론 개복 수술 시 1.5㎏ 이상의 장기를 들어 정밀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된다. 이를 만족시키는 ‘플렉시블 로봇’은 차세대 수술 로봇으로 널리 활용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 한 대기업 연구소에서 수술 로봇을 개발한 적이 있다. 당시 뱀처럼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플렉시블 로봇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수술할 때 개복하지 않고 몸에 작은 구멍만 뚫어 플렉시블 로봇을 넣으면 체내 장기들을 유연하게 피하면서 수술 부위를 찾아갈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로봇은 부드럽게 움직이면서도 수술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용 칼 등처럼 단단한 강도도 필요하다”며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고 상용화까지는 여러 가지 인증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플렉시블 로봇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들이 여러 기업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몸에 구멍을 뚫지 않고 입이나 항문을 이용해 캡슐형 로봇으로 수술까지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개발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는 “현재 상용화된 수술 로봇이 몇 가지 되지 않아 거의 독과점 상태다 보니 의사들의 요구 조건들을 모두 맞출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수술 로봇을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수술 로봇 외에도 김 교수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 중 하나는 ‘웨어러블 로봇’(몸에 착용하는 로봇)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다리를 대신해주고, 나이가 들어 근육이 감소하거나 퇴화하는 사람들도 더 오래 걷고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줘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의 경우에는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의 움직임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로봇을 착용하고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사람의 팔보다 가볍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로봇팔’을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도체 공장 등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처럼 정밀한 업무를 하면서도 무게를 줄여 안정성을 높였다.
김 교수는 “기존 로봇에 비해 손과 팔의 무게가 수백g에 불과할 정도로 훨씬 가벼워 동작에 따른 위험성을 줄이고 로봇의 내구성도 늘릴 수 있다”며 “사람과 안전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어 박수를 치거나 하이파이브 동작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은 앞으로 간병, 서빙, 가사일 등의 업무를 대체하는 로봇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특히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천안 =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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