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뇌를 닮은 CPU·부드러운 무쇠팔…‘인체의 한계’에 도전하다
“최소전력 쓰는 체계 개발하면
뇌와 더 닮은 AI로 발전 가능
양질의 빅데이터 축적된다면
인간 이상의 진단능력 갖출것”
“철로 된 강판은 자동차 부품은 물론 가전 기기, 섀시까지 활용되지 않습니까. 칩과 같은 하드웨어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 망막 장치, 얼굴인식, 자가학습형 중앙처리장치(CPU) 등 의료와 학습·보안 등 다양한 인공지능(AI) 기술과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입니다.”
인간 뇌의 효율성은 어마어마하다. 사람의 뇌가 쓰는 전기에너지는 약 20W에 불과하다. 반면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바둑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 동안 1000개가 넘는 CPU를 사용한다. 인간 뇌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이유도,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한 AI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하드웨어 분야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이 들어 계산 속도가 빨라지는 덕에 알파고 등 빅데이터와 딥러닝 등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한 AI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의료용 AI는 인간의 뇌를 닮으려는 과학기술계의 뜨거운 도전 주제다. 인류의 오랜 꿈인 노화와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은 그 자체로 엄청난 부가가치 효과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기술 발전도 결정된다. 시장성이 인정받는 의료용 AI는 끊임없이 개발될 것”이라며 “이미 성능이 평준화돼 값싼 생산만이 중요한 태양전지 같은 분야도 있지만, 의료는 아무리 비싸도 성능이 좋으면 인정받는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AI가 왓슨처럼 병을 진단하는 데 특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BM이 개발한 왓슨은 의학저널 300종, 교과서 200종 등 15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확률이 높은 병명과 성공 가능성이 큰 치료법을 암 환자에게 제시하는AI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2월 가천대길병원을 시작으로 총 6개 병원에서 왓슨을 도입해 암 진단에 시범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정 박사는 “진단은 ‘양성이냐, 악성이냐’는 것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양질의 데이터만 축적된다면 AI도 똑똑한 인간 의사 이상으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며 “AI는 인간이 감당하기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빠르고 체계적으로 추출하고 분석해 의료진의 진단과 치료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퇴행성 뇌 질환처럼 감별 진단이 까다로운 질환의 진단도 빅데이터를 토대로 정확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퇴행성 뇌 질환의 증상은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손발을 떠는 등 노화 증상과 비슷하고 의료 데이터 해석도 복잡하다. 정 박사는 “AI로 유전자·생체·생활습관 정보와 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하면 퇴행성 뇌 질환 고위험군을 예측할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예방적 치료를 권한다면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AI의 정확성과 안전성 등을 높여 임상적 근거를 충분히 쌓고 윤리적 문제에 대한 답을 정하는 것이 과제”라며 “AI가 잘못된 진단을 내렸을 때 의사와 AI 둘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등도 고민해봄 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