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취임 직후 檢 전면 물갈이
‘朴 정부 국정농단’ 수사 박차
野, 안보무능 등 新적폐 역공
‘盧 뇌물수수 의혹’ 수사 요청
적폐TF 관련 임종석 등 고발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적폐’다. 행정부처 국정 수행과 예산 집행을 감시하는 국회 국정감사장마저 ‘적폐’라는 말이 뒤덮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박근혜·이명박 정부 시절 자신들이 의혹을 제기했던 각종 사안에 대한 자료를 폭로하고 있다. 청와대는 7월부터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서를 공개하며 범죄 혐의가 있는 사안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자유한국당의 반격도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한국당의 가장 큰 무기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정이다. 여기에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신(新) 적폐’라고 공격하고 있다. 여야의 과거사 전쟁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각종 핵심 법안의 처리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민생 관련 여야 공통 공약 입법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청와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지난 5월 11일 조국 민정수석 등 참모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기간 연장이 되지 못한 채 검찰 수사로 넘어간 부분을 국민이 걱정하고 그런 부분들이 검찰에서 좀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셨으면 한다”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끝났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다시 좀 조사됐으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적폐청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취임 직후부터 보여준 것이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전 정부 검찰 고위직들이 모두 물갈이되고 국정교과서 관련 고시 등이 폐지됐다. 이후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6개월 가까이 쉼 없이 진행됐다.
6월부터는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출범을 시작으로 정부 부처별·기관별 적폐청산 작업이 본격화됐다. 7월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 1호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명의로 각 부처에 태스크포스(TF) 구성 지시 공문을 보냈다. 부처별로 국정교과서, 한·일 위안부 합의, 2012년 대선 당시 정부기관의 댓글 공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정치적 세무조사 사례 조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TF 조사, 검·경찰의 수사, 재판 과정 등까지 감안하면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원의 계속되는 수사의뢰에 “후배들이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며 과부하를 호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수차례에 걸쳐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남기고 간 문서 발견 사실을 공개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도 했다. 문 대통령은 추석 연휴 후 민생, 경제 중심의 국정운영 필요성 제기에도 “적폐청산과 개혁은 사정(司正)이 아니라 권력기관과 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누적돼 온 관행을 혁신하는 것”이라며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야당의 ‘과거 전쟁’ 맞대응=야당도 최근 정부·여당에 대해 ‘신 적폐’ ‘원조 적폐’ 공세를 펼치면서 역공을 가하고 있다. 한국당은 안보무능, 경제실정, 좌파 포퓰리즘, 졸속 정책, 코드 인사를 5대 신 적폐로 규정했다. 노무현 정부를 공격했던 단어들이 그대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10년 좌파정권의 원조 적폐를 뿌리까지 파헤치겠다”고 공언했다. 청와대의 첫 문건 공개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데 이어 적폐청산 TF 공문을 보낸 임 비서실장,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도 고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요청했다. 부처별 적폐청산 TF에 대해서도 정부조직법 위반 등을 이유로 형사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장 비정치적이고 장기적인 문제 해결 방식인 형사 고발 횟수가 여권 못지않게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보수의 가치 재정립보다는 반사 이익을 통해 정권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전직 대통령을 끄집어내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안보 실정을 대안 있게 비판하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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