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5개 건설단체가 지난 9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SOC 예산 정상화’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5개 건설단체가 지난 9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SOC 예산 정상화’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20% 삭감 4조4000억
한국서 건설투자 10% 줄면
일자리 26만2000개 사라져


지난 8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발표 때 가장 논란이 됐던 분야는 올해 대비 20%(4조4000억 원) 깎인 사회간접자본(SOC·social overhead capital) 예산이다. 정부안(17조7000억 원)대로라면 내년 SOC 예산은 2004년(16조7000억 원)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까지 추락한다.

SOC는 말 그대로 생산활동에 직접 사용되지는 않지만, 경제활동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뜻한다. 도로, 철도, 항만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국토 면적당 고속도로 1위, 철도 6위 등 SOC 부문에서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속도 조절’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SOC 같은 ‘물적’ 투자보다는 ‘사람 중심’ 투자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실제로 복지·노동 예산은 12.9% 늘었다. 또 올해 못 쓰고 내년으로 넘어가는 SOC 예산이 2조7000억 원 정도 되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장 눈앞의 복지를 위해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경우 미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SOC는 운송·수송과 직결돼 생산 및 수출에 영향을 줘 산업활동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데다 무엇보다 생산과 고용 유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 2.8% 중 건설투자 기여도는 1.6%포인트(57%)로 건설업이 우리 경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10억 원 수요 창출 시 고용인원)는 13.8명으로 제조업(8.6명)의 1.6배다. 건설투자가 10% 줄면 26만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SOC의 노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시설안전공단에 따르면 준공 후 30년이 지난 고령 시설물 비중은 2013년만 해도 9.6%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21.6%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우 SOC 평균 등급이 D+ 수준으로 열악한데 1980년대에 SOC 노후화에 제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초 내놓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SOC 투자의 의사결정 과정은 신설 투자 위주”라며 “경제이론에 의한 적정 투자 규모는 향후 재투자에 필요한 감가상각비를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0년대부터는 약 50년 전 건설된 자산에 대한 재투자와 개량 수요가 본격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예산 배정이 추가로 필요해졌다”고 덧붙였다. 김성일 국토연구원 박사는 “노후 인프라 개선에 향후 굉장히 많은 재원이 소요된다”며 “정부 예산은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간 투자 쪽 길을 터주는 제도 개선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SOC 투자와 복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게 옳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40년이 돼 노면이 울퉁불퉁한 도로 품질을 높이는 등의 SOC 투자가 곧 복지가 아니고 뭐냐”며 “인간과 물류의 이동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비용 절감, 근로시간 확대, 피로도 감소 면에서 복지”라고 주장했다. 국토 면적과 인구 등을 함께 고려할 경우 우리나라 도로 보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0위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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