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신보영 워싱턴 특파원]
- 스콧 세이건 美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교수
△오벌린대 행정학 석사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미국 국방부 합참의장실 국장 특보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교수 겸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 연구원
케네디 서독 베를린 연설처럼
동맹에 대한 확고한 선언 필요
‘南 공격은 美 공격과 마찬가지’
전세계에 강한 메시지 던져야
北위기 1962년 쿠바보다 심각
김정은·트럼프 무자비한 리더
참모들 의견 쉽게 무시하고
자기 주변 ‘예스맨’으로 채워
주한미군 존재는 최고의 방패
어떤 갈등도 관여한다는 의지
굳건한 동맹·안보 보장 증명
한반도 비핵화 목표 도달위해
역설적으로 核억제력에 기대야
대북제재 核제거 효과 없어도
장기적으로 北붕괴 유도할 것
미국의 핵·안보 전문가인 스콧 세이건(62)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11월 7일 한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63년 서독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나는 베를린 시민’이라고 선언했던 것처럼, ‘나는 서울 시민’이라고 공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불안해하는 한국민의 우려를 감안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 기간에 북한에 대한 확고한 핵 억제 공약을 보장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북한 핵무기를 억제하는 ‘최상의 옵션(선택)’이라는 주장이다.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한 세이건 교수는 현재 스탠퍼드대 산하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 연구원도 겸하고 있는데, CISAC에는 2010년 외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참관한 핵 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몸 담고 있다. 세이건 교수는 올해 2월 국제정치 분야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정치학회(ISA)가 수여하는 ‘수전 스트레인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가 초여름 날씨를 보였던 지난 10월 24일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위치한 스탠퍼드대 캠퍼스의 연구실에서 만난 세이건 교수는 “현재의 북핵 위기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평가하면서 잘못된 의사소통이나 오해에 따른 우발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협력과 단일한 대북 메시지 전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가 편안하게 생각하는 수준보다 더 높다”고 우려했다.
―최근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북한 미사일 위기’라는 제하의 논문에서 현재를 쿠바 미사일 위기보다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던데, 이유가 무엇인가.
“먼저 북한은 쿠바와 달리 사실상 핵보유국이 돼 가고 있는 상태다. 또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에는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만이 구소련의 대미 핵 공격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과 미국에 모두 매우 예측하기 힘든 지도자가 있다.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가 주요 참모들의 의견을 쉽게 무시한다는 것도 위기 시 정책결정에 대한 우려가 높은 이유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와 비교할 때도 지금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나.
“당연히 그렇다. 당시 북한은 플루토늄 개발 초기 상태였고, 미국으로서는 몇 가지 공격 시나리오가 가능했다.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겠지만, 지금과 같이 파괴적인(devastating)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부산에 북한 핵무기가 떨어지면 몇 초 만에 44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대북 군사적 행동에는 매우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정보기관의 정보가 항상 옳은 게 아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에도 합참의장은 쿠바에 핵무기가 없다는 정보기관 보고서에 근거해 군사공격을 제안했는데, 나중에 우리는 그 보고서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북한은 쿠바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쿠바의 경우에는 러시아가 핵을 통제했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1962년 미국의 리더십(케네디 전 대통령)은 당시 국방부의 매파적 성향을 줄여나갈 수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현재의 리더십(트럼프 대통령)은 속단하는 경향이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1차 북핵 위기 당시 선제공격을 검토했었다.
“상대로부터의 핵전쟁을 예방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대국의 핵 개발이 매우 초기 상태에 있을 경우에 그렇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원자로를 공격한 것이 대표적이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에도 주한미군이 인질이 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미국인 민간인을 포함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 상대가 핵무기를 사실상 획득한 상태에서는 다량의 미사일로 신속하게 공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더 나아가 미국에도 엄청난 사상자를 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가 대북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창(window)은 이미 닫혔다고 생각한다.”
―김정은과 트럼프라는 두 지도자도 변수인가.
“이 두 명이 진짜 문제다. 둘 다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둘 다 무자비하다. 먼저 자기 의견에 따르지 않는 사람을 배척하고, 자기 주변을 ‘예스맨’으로 채우고 있다. 참모들이 권력에 진실을 말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 이런 정책 결정 과정 자체가 이 위기를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요소다.”
―지도자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의미인가.
“가장 중요하다기보다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다. 다른 하나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핵 위기는 남·북·미 3자 모두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기습 공격을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국을 지켜보면서 미국이 전쟁을 개시하려고 한다면 아마 먼저 공격에 나설 것이다. 미국도 북한에 징후가 있다고 판단하면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박근혜 전 정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선제공격 옵션을 이야기해왔다. 남·북·미 행위자들이 서로 상대를 지켜보면서 공격 임박 징후가 보이면 먼저 공격하겠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상호 간 잘못된 의사소통이나, 상대 전투기 요격 등으로 인해 상황이 급격히 전쟁으로 악화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이 얼마나 높다고 보는가.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것보다는 더 높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차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상대의 모든 행위가 오역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수사는 상황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상당히 우려스럽다. 우리는 지금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논문에서 대북 선제공격이나 참수작전 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던데,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옵션은 뭐가 있나.
“현재로서 우리는 억제(deterrence)가 최상의 옵션이라는 점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 해법은 아니다. 동시에 우리는 김정은에게 ‘남한에 대한 어떤 공격도 미국의 격렬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김정은은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 전면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잘못 생각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미국 대중들은 정부에 확실한 보복을 요구할 것이다. 김정은이 이 점을 잘 상기하고 있기를 바란다.”
―미국의 대한반도 확장 억지 방안에 대해서도 한국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술핵 배치가 오히려 억지력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한반도의 주한미군 공군기지에 배치될 텐데, 이 공군기지들의 위치는 이미 다 알려져 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1차 공격에서 가장 먼저 미군 기지를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고, 이는 한·미가 보복 공격할 수 있는 원격 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할 것이다. 군사적 측면에서 좋은 옵션이 아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코드 공유나 한국의 자체 핵잠수함 개발 의견도 나오는데.
“둘 다 지지하지 않는다. 핵 코드 공유는 한반도 사례에서는 말이 안 된다. 나토의 경우에는 이미 유럽에 핵무기가 배치돼 있는 상황이라 그렇다. 핵잠수함 개발 의견도 이해할 만은 하지만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한·미 관계를 훼손할 것이며, 필수적이지도 않다. 다른 옵션들이 가능하다. 북한이 1차적으로 공격하기 쉽지 않은 미 해군 잠수함을 정기적으로 한반도 해역에 입항시킨다든지, 괌 등과 같은 역외에 근거를 둔 전투기·폭격기를 활용하는 게 억제 차원에서는 더 효과적이다. 여기서도 쿠바 미사일 위기가 좋은 역사적 전례인데, 당시 미국이 지중해에서 운용하는 잠수함들이 소련 남부를 겨냥한 게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겨냥해야 하는 북한의 모든 목표물이 꼭 핵 공격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상당수 목표물이 재래식 무기로도 타격이 가능하다고 본다. 만일 전쟁이 발발한다면, 한·미의 목표는 김정은 정권과 핵 능력을 파괴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북한 주민들의 사상자는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일 것이다. 그런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핵무기보다는 재래식 무기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미국이 시애틀, 로스앤젤레스(LA) 등을 희생하고라도 북한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할까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미 한반도에는 2만 명이 넘는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이 살고 있고, 민간인 거주자도 많다. 북한에는 이들이 인질인데, 이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 단거리 미사일에 노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우리 동맹에 대한 어떤 공격도 우리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며, 미 여론도 보복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빅딜’을 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나쁜 아이디어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신뢰 강화에 유용하다. 주한미군을 상당 수준 감축한다면 그건 실수가 될 것이다. 주한미군 존재 자체가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안보를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사례다. 어떤 갈등에도 관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맞았는데, 북한 문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 태도를 보일까.
“중국의 미래를 전망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 북한의 일부 행동이 중국에도 매우 도발적이어서 중국도 불쾌해한다. 하지만 그 불쾌함이 가혹한 제재에 적극 나서게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현재로서는 중국 태도가 바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초 아시아 방문에서 시 주석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은 북한의 핵 무기 보유보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더 두려워한다.”
“소련은 결국 붕괴했다. 일부 압박도 작용했지만 내부적 경제 문제로 붕괴했다. 다만, 무엇이든 간에 전쟁 개시보다는 다른 것이 더 나은 해법이다. 나는 대북제재에도 반대하지 않는데, 북한이 핵을 흥정용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제재가 북핵 제거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 붕괴를 유도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전반적인 한·미동맹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한·미동맹 이간질 노력에 저항해야 한다. 중요한 결정은 한·미 정부가 함께해야 하며, 진솔한 논의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북핵과 동북아, 10∼20년 뒤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크리스털 볼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나는 핵무기가 혁명을 창조해냈다고 생각한다. 핵무기 때문에 전쟁은 훨씬 더 위험해졌고, 이제 방어적 차원에서의 핵 억제력이 전쟁 가능성을 줄여주는 강력한 수단이 됐다. 하지만 핵무기와 핵 억제력이 영원히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핵무기와 핵 억제력에 기반을 둔 안보는 얇은 얼음(thin ice) 위를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잠시 동안은 할 수 있지만, 영원히 할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는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가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핵 억제력에 기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북한의 남한에 대한 어떤 공격도 미국에 대한 공격과 마찬가지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져야 한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 서독에서 ‘나는 베를린의 시민’이라면서 소련의 서독에 대한 공격은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고 강력 경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에 가서 ‘나는 서울의 시민’이라고 선언하기를 희망한다.”
팰로앨토 = 글·사진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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