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했다지만 내용 몰라
지금은 與野의 기싸움 공방
기본권 강화·지방 분권 등
민생 직결된 이슈 부각돼야”
전문가들은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헌법 개정 논의에 대해 ‘국민이 빠진 개헌 논의’라고 입을 모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뼈대 격인 헌법 개정을 논하면서 정작 미래의 주역인 국민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참여를 통한 열린 개헌 토론’을 미래를 여는 개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꼽았다.
10월 2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헌법 전문가들은 개헌의 당위성과 시급성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현재 개헌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정치권의 태도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정치권만의 개헌 논의’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허영 전 헌법재판연구원장은 “국회 개헌특위가 지방을 돌아다니며 국민 공청회를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국민은) 어떤 내용이 공청회에서 나왔는지도 전혀 모르고 자문위원들이 분과별로 토론하고 있다는 정도만 인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치권이 헌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국민에게 직접 물어보고, 국민이 입을 열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줘야 한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 똑똑하고 잽싸기 때문에, ‘밀실 회담’이 아니라 열린 자세로 논의해 나간다면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밀실에서 개헌안이 만들어진다면 국민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여러 시민단체나 개헌 관련 국민운동 단체 등을 잘 활용해 제대로 된 의견 수렴과 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참여하는 열린 개헌 토론을 위해서는 정치권이 당리당략적 정치 공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헌법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이나 ‘촛불 정신’을 반영할지를 놓고 정치권이 이념 공방을 벌이는 식으로 흘러선 국민의 참여를 이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전문 논란은) 일종의 정치적 기 싸움”이라며 “국민의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가 아닌 만큼 그로 인해 개헌이 되고 말고가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적 관심 속에 개헌 토론이 진행되면 권력 구조 개편과 같은 정치권의 관심사뿐 아니라 국민 실생활과 직결되는 헌법 조항들이 좀 더 많은 조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출됐다. 자칫 대통령제냐, 혼합정부제냐, 의원내각제냐의 권력 구조 개편 논의에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기본권 강화·지방분권 등 국민의 권리를 신장하고 실생활을 개선하는 데 영향을 주는 이슈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임 교수는 “국회의원들은 의원내각제·혼합정부제 등을 통해 국회 권력을 강화하는 데 가장 관심을 둘 것”이라며 “하지만 정말 국민이 원하고 필요한 건 기본권 신설이나 지방분권 강화 조항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지·송유근 기자 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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