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도적 ‘기술 경쟁력’
中 국무원 ‘반도체굴기’ 선언
“2025년까지 70% 자급 목표”
머지않아 한국과 경쟁 불가피
시안공장에 대규모 신규투자
비메모리 사업도 지속적 강화
프리미엄TV 中 시장서 열풍
올 1~7월 점유율 38%로 1위
삼성 반도체 관계자는 “1974년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당시만 해도 강국인 미국, 일본 등의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는 수십 년까지 벌어졌다”면서 “압도적인 설계·미세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24년 연속 메모리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는 고민이 깊다. 삼성 반도체의 가장 큰 수요처인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앞으로 크게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전자제품의 60% 이상을 제조하고, 이를 위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57%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즉, 삼성전자가 찍어 내는 반도체 2개 중 1개 이상은 중국에서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국무원이 2년 전 ‘중국 제조 2025’ 보고서를 발표한 대로 20%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까지 끌어 올린다면 앞으로 2, 3년 뒤부턴 중국과 경쟁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2014년 중국 시안(西安)공장을 가동하면서 한국과 미국(텍사스 오스틴), 중국(시안, 쑤저우(蘇州)) 등을 연결하는 글로벌 생산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도전에 맞서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시안은 유수의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모여 있는 중국 서부지역의 전략적 요충지로, 시장 대응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데 주효한 생산 거점인 것으로 삼성전자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동시에 올해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라인인 평택 공장을 본격 가동, 2021년까지 총 30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화성공장에 약 6조 원 규모의 첨단 라인을 건설해 미래 반도체 기술에 대응한다는 복안을 세워 놓고 있다.
시안에도 추가라인 건설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신규투자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동시에 세계 최초로 10나노(1㎚=10억 분의 1m) D램 공정과 4세대(64단 적층) 3D 낸드 플래시 양산을 본격화하면서 차세대 시장의 기술 주도권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약점으로 꼽혀 온 ‘비메모리’ 사업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업계 최초로 10나노 로직 공정 양산을 시작하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최첨단 공정 리더십을 확보하면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새로운 성장 엔진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8나노 공정 기술을 확보, 4차 산업혁명 수요에 대응해 내년에는 세계 2위로 뛰어오르겠다는 목표다.
삼성 반도체 관계자는 “선제 투자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생산과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한 결과가 현재의 반도체 산업을 일궜다”면서 “앞으로도 이를 더욱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발판 삼아 중국의 등에 올라탄 반도체와 달리, 가전·휴대전화 등의 중국 시장은 가성비를 내세운 현지 업체들의 공세로 그야말로 ‘격전지’ ‘외산 제품의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까지 겹쳐 국내 기업 대부분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삼성 프리미엄 TV만큼은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7월 현재 누적 기준으로 중국 300대 도시의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점유율 38%를 차지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가 화질을 대폭 개선한 차세대 TV와 곡면 기술을 앞세워, 시장과 세를 규합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가 차세대 TV 시장 표준으로 밀고 있는 ‘QLED TV’ 출시 행렬에 중국 업체도 속속 가세하고 있다. QLED TV는 나노 단위의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을 활용해 화질과 색 표현을 대폭 개선한 제품을 뜻한다. 실제로 중국 업체 중 하이센스가 ‘ULED’라는 이름으로 퀀텀닷 TV 판매에 나섰으며, TCL은 올 3월 퀀텀닷 적용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QLED TV’라고 명명한 바 있다.
우위펑 중국전자상회 사무총장은 “(삼성이 기술 상용화를 주도해 온) 퀀텀닷 TV는 중국 시장에서 2016년 60만 대에서 2017년 120만 대로 늘어나는 등 연간 성장률이 10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퀀텀닷 기술이 TV 산업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다. 중국전자상회는 정부 기관으로 회원사인 관련 기업들과 산업 진흥 방안 및 규준 등을 만든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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