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 현지화로 정면돌파
‘현대속도’ 신조어 나올 만큼
中 진출 15년간 가파른 성장
사드배치 보복에 소비자 외면
低價공세 겹쳐 판매 급전직하
“극복 방법은 高품질 제품뿐”
맞춤형新車로 月판매량 반등
올 뉴 루이나는 7월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 베이징현대의 중국 5공장 충칭(重慶)공장의 첫 양산 모델이기도 하다.
잠시 후 ‘우드드드’ 하는 굉음과 함께 올 뉴 루이나의 네 바퀴를 지탱하던 로드 시뮬레이터 기둥이 위아래는 물론 전후좌우로 불규칙하게 흔들리며 맹렬히 진동했다. 로드 시뮬레이터에 연결된 네 차축은 정신없이 흔들렸지만 차량 본체는 휘청거리면서도 무게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험을 책임진 서정민 대상내구파트장은 “비포장도로를 포함해 실제로 중국 중서부 지역에서 수집한 도로 상태를 100배 강도로 재현해 내구도를 시험하는 중”이라며 “중국의 도로 상황이 국내나 북미, 유럽 등 지역보다 안 좋아 내구도 목표도 더 높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충칭공장에서 생산되는 올 뉴 루이나 출시를 위해 현대차 중국제품개발본부 소속 연구원들은 각종 센서가 빼곡히 달린 차량을 이용해 중국 중서부 오지 등을 헤매면서 도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도로 특성에 맞게 차체 높이를 10㎜ 이상 높였고 차체 강성도 기존 모델 대비 30%가량 강화했다.
이상범 중국차총괄PM팀장은 “올 뉴 루이나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첫차인 만큼 열악한 도로 환경에서도 실용적이면서 잔고장 없는 차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연구소 내 설계1동에 자리 잡은 소형패키지기술팀 회의 테이블에는 기아차 중국법인 둥펑위에다(東風悅達)기아의 ‘페가스(현지명 환츠)’ 도면이 펼쳐진 가운데 연구원들이 회의에 한창이었다. 페가스는 올 뉴 루이나와 같은 엔트리차급 현지 전략차종으로 역시 지난 9월 중국시장에 데뷔한 따끈따끈한 신차다.
이권형 소형패키지기술팀파트장은 “올 뉴 루이나, 페가스는 모두 생애 첫차를 구입하는 중국 20~30대를 겨냥한 소형 세단이면서도 온 가족이 타는 패밀리카라는 특성상 제한된 차체 구조에서 최대한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냈다”고 밝혔다.
2002년 10월 합작사 베이징현대를 설립해 중국시장에 진출한 지 올해로 15년째를 맞은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렸다. 중국에 진출한 완성차업체 중 최단 기간에 공장을 준공했고 63개월 만에 100만 대 누적 판매기록을 달성했다. 2002년부터 지난 9월까지 896만692대를 판매해 10월 중에는 900만 대 판매 기록 수립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같은 빠른 성장세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의 폭발적 자동차 수요 증가와 함께 적기에 이뤄진 현지 생산능력 확대, 높은 가격 대비 품질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급전직하했다. 올해 1~9월 현대차의 중국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2% 감소한 48만9340대에 그쳤다. 그 와중에 판매 부진에 따른 납품대금 지급 지연으로 외국계 부품사들이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초유의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맞기도 했다. 여기에 품질, 기술이 급성장한 중국 현지 자동차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이 더해지면서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사드 보복 사태의 해법으로 현대·기아차가 택한 방법은 정면돌파다. 현지인들의 기호를 최대한 반영한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고 품질·마케팅 강화 등 제품경쟁력을 통해 돌아선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중국 자동차 디자인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사이먼 로스비 전 폭스바겐그룹 중국 디자인 총괄을 영입하고 8월에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중국시장 맞춤형으로 개발하기 위해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신설했다.
차량 내 정보기술(IT) 서비스 선호도가 높은 중국 소비자들을 고려해 빅데이터센터를 개설하고 올해 말부터는 업계 최초로 바이두와 공동 개발한 바이두 맵오토, 두어 OS 오토 등을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올 뉴 루이나 등을 시작으로 중국 전략 신차도 쏟아진다. 현대차는 연내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인 신형 ix35, 내년에는 소형 SUV 코나를 중국시장에 출시한다. 기아차 역시 페가스에 이어 K2 크로스와 K4 상품성 개선 모델, 포르테 후속 모델 등 신차를 잇달아 내놓는다. 신차 출시와 적극적 현지 공략에 힘입어 현대차의 9월 중국 판매는 올 들어 월별 판매량으로는 최대인 8만5040대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박영식 중국차총괄PM장(이사)은 “현재의 어려운 중국시장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결국 제품”이라며 “중국 소비자 기호에 맞으면서도 품질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화성=김남석 기자 namdol@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