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독자기술
全세계 유일 ‘R9’ 연말쯤 선봬
스마트폰 앱으로 명령 내리면
어느 곳에서 출발시키더라도
사용자가 원하는 구역 찾아가
배터리 한계 극복 효율성 강화
자체기술 개발…中추격 따돌려
복도를 오가는 공항 안내 로봇, 빌딩을 청소하는 로봇 등을 지나 132㎡(약 40평) 규모의 아파트로 꾸며진 실험실로 들어가자 조 팀장은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하면서, 이르면 올 연말 선보일 차세대 로봇 청소기 ‘R9’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실만 청소하라’는 취지의 명령을 스마트폰 앱으로 전달하면, 거실 주변만을 돌면서 먼지를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조 팀장은 “종전의 로봇 청소기는 출발점이 달라지면 집안 구조를 알아보지 못해 마치 처음 청소할 때처럼 전체 지도를 만들어야 하므로 특정 공간만 정해서 청소하라는 명령을 수행할 수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R9은 출발 지점이 달라져도 기존에 만든 전체 지도에서 본인이 있는 지점을 찾아 사용자가 청소를 요구하는 특정 구역을 찾아갈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 있게 “이런 기능을 구현한 로봇 청소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AI를 한 차원 더 높인 로봇 청소기를 개발한 것은 ‘로봇 청소기=서브용’이라는 통념을 깨고 ‘메인용’으로 격상해 시장 판도를 바꿔 보겠다는 야심 찬 복안이 담겨 있다. 조 팀장은 “로봇 청소기를 메인용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청소기 본연의 흡입 능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한된 용량의 배터리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가장 똑똑하게 효율적으로 청소할 수 있는 AI를 개발함으로써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기존의 서브용 로봇 청소기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샤오미·에코백스)이 기술력도 따라잡기 시작한 상황이다. 에코백스는 가성비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도 최근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세계 시장은 종주국인 미국(아이로봇)이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신샌드위치’ 사이에서 주도권을 잡고 세계 시장을 장악해 나가기 위해서는 ‘게임의 룰’ 자체를 통째로 바꾸는 과감한 실험에 나서야 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LG전자가 R9에 구현한 제반 기술은 100% 독자 개발한 것이라는 점이다. 대형 가전제품에 활용돼 온 기술에 자체 개발해 온 AI, 로봇 기술, 사물인터넷(IoT)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당연히 해외에 내는 기술료도 한 푼도 없다.
이와 관련, LG전자가 2003년 4월 국내 기업 최초로 선보인 로봇 청소기 ‘로보킹’은 지난 3월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했다. 최근 10년간 60%에 육박하는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해외 판로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내는 물론, 러시아, 호주, 대만 등에서 관련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 ‘로보킹’이 서울 남산타워 꼭대기에서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깨끗이 청소하는 ‘극한도전’ 영상도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화제를 모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통 가전 강자였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를 중국 하이얼이 인수했다”면서 “하이얼은 이를 통해 매출 증대는 물론, 최대 가전 시장의 하나인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도시바라이프스타일의 지분 80.1%를 중국의 메이디가 지난해 인수하기도 했다”면서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확보한 막강한 자금력 등을 앞세워 인수·합병(M&A), 기술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국 기업과 싸우기 위해서는 기술과 제조 혁신으로 ‘초격차’를 유지해야 하는 게 결국 국내 기업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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