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동에 있는 신도식 씨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신 씨가 그동안 방문한 여행객들이 남긴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동에 있는 신도식 씨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신 씨가 그동안 방문한 여행객들이 남긴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저성장 극복 대안으로 떠올라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 1兆대
일자리 창출·창업에도 도움

융복합 플랫폼 기반으로 확산
세계시장 8년후 3350억달러

에어비앤비 운영 신도식씨
“노후대비 사업으로 안성맞춤”


“은퇴 이후 막막했을 당시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된 공유경제가 제2의 삶을 살게 해줬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도시민박업)를 운영하는 신도식(63) 씨는 1980년대부터 무역업을 15년간 해오다 지난 2014년 에어비앤비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하던 무역 업황이 부진해 사업을 접고, 외국에서 한국어 강사로 새 출발 하기 위해 자격시험을 봤지만 낙방했다. 게다가 심장마비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해외 이민도 포기해야 했다.
생계를 어떻게 이어나갈지 막막했던 신 씨는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공유경제 개념에 대해 듣게 됐다. 그는 “내가 가진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한다는 개념이 흥미로워 2014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에어비앤비에 착수했다”면서 “건강 문제로 다른 자영업을 하기는 겁이 났는데, 무역업을 통해 익힌 영어 등을 활용할 수 있어 노후를 대비하는 사업으로 안성맞춤이었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서울역 인근으로 이전했는데, 당시 에어비앤비의 ‘슈퍼 호스트’로도 선정되는 등 인기를 끌어 연 매출이 약 7000만 원에 달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됐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알려주는 게 정말 즐거워서 꼼꼼히 관리하다 보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죠. 지난해 좀 더 규모를 넓혀 명동에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는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고객이 다소 줄었습니다. 매출도 절반가량 줄긴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가족의 생계에 도움이 되고 많은 친구도 사귀고 있습니다. 노후에 큰 즐거움이죠.”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물건, 공간을 소유가 아닌 공유하는 개념의 공유경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를 통해 신 씨처럼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국내 객실 수는 2015년 9800개에서 올해 6월에는 2만8400개로 증가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한 신규 일자리도 그만큼 증가했다. 국내 관광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국을 여행한 이들은 같은 기간 2만4100명에서 14만3800명으로 급증했다. 누적 수치로 보면 지난해 에어비앤비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약 51만 명, 이를 통해 유발된 경제효과는 5315억 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저성장, 청년실업 등의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창업에도 도움을 주는 등 공유 서비스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을 공유하는 ‘공유 오피스’를 통해 초기 창업자들이 저렴한 비용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대표적인 긍정적 사례다.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은 1조 원대 규모까지 성장했다. 국내 공유 오피스 업체 토즈는 누적 이용객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 9월 300호점 개점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1인 사업자들을 위해 토즈 비즈니스센터가 전화를 대신 응대해주는 서비스도 시행하면서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유 경제 시장이 커지면서 외국 업체도 진출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네덜란드 공유 오피스 스페이시즈(Spaces)가 한국에서의 사업 착수를 공식 발표했다. 이날 한국을 찾은 노엘 코크 한국 지역 총괄은 “한국 기업들이 스페이시즈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네트워크를 통해 창의적인 업무환경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외고가브랜드, 패션 의류를 합리적 가격으로 공유하는 서비스도 확산하고 있다. 원하는 날, 원하는 신상 패션 아이템을 골라 입고, 다시 반납하는 방식으로 저렴한 가격에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플래닛은 패스트패션 트렌드 확산에 따른 패션 공유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지난해 의류 공유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SK플래닛의 프로젝트앤은 10월 기준 가입자 35만 명, 이용권 구매 건수는 2만7000건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가을·겨울 시즌에만 150여 개 브랜드의 신상품 3만3000점이 새롭게 입고됐다. 기존 11번가의 물류센터 중 일부를 활용했지만, 지난 8월 경기 이천에 물류센터를 새로 지어 배송, 회수, 세탁, 수선, 검품 등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수용 가능 물량만 10만 점 이상이다.

차량 공유 시장은 대기업인 현대캐피탈이 지난 9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카셰어링 1위 업체 쏘카는 지난해 매출이 908억 원으로 전년보다 86%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회원이 250만 명을 넘어섰다. 연내 차량을 2배 수준인 1만2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악화, 소비침체 등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공유경제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서비스업 발전을 위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결한 융복합 플랫폼 기반 공유 경제의 확산이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오는 2025년이면 3350억 달러로 지금보다 2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은 1% 비중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기존 규제가 새로운 공유경제 서비스를 가로막고 있는 영향도 크다. 예컨대 차량 공유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숙박 공유는 공중위생관리법, 관광진흥법, 농어촌정비법 등과 관련되지만 새로운 공유경제 사업에 대한 규정이 미비해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법령 밖의 사업에 대한 논란과 복잡한 규정이 얽혀 공유경제를 시작하는 사업자들에게 장벽이 되고 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유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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