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CE코퍼레이션 직원들은 황승태(42·사진) 대표를 ‘데님에 미친, 청바지 오타쿠(御宅)’라고 말한다. 황 대표는 입사 이후 청바지가 아닌 바지를 입어본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이 입고 나온 바지 소재가 무엇인지가 가장 궁금하다. 그만큼 데님에 모든 인생을 걸었다는 의미다.
어린 시절 태창기업의 전문 CEO였던 아버지 황영재 사장을 따라 공장에 놀러 왔던 것을 빼면 황 대표는 청바지나 데님과는 관계가 없었다. 아버지가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었던 만큼 회사를 물려받을 일도 없었다. 그는 미국의 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러다 지난 2005년 어려운 회사를 도와달라는 아버지의 말에 처음 데님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잘나가는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빚더미가 된 회사의 청산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때부터 황 대표는 본격적인 데님 공부를 했고, 누구보다 데님에 대한 애정이 많고 폭넓은 관련 지식을 갖추게 됐다. 황 대표는 “갑작스럽게 데님업계로 왔지만, 어떻게 보면 어린 시절부터 항상 데님과 함께해 왔다”며 “주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데님을 입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낙하산 외부인사’였지만, 누구보다 강한 열정을 보이고, 실제 투자자들을 찾기 위해 혼자서 발 벗고 뛰는 것을 보면서 이전 직원들도 황 대표를 의지하게 됐다.
황 대표의 청바지와 데님에 대한 철학은 확고하다. 황 대표는 “데님은 현재 전 세계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지닌 원단”이라며 “입으면 장소를 초월해 세계 시민이 되는 게 청바지일 정도로 보편성을 갖췄지만, 힙합 하는 사람과 록 음악가의 청바지가 확연히 구별될 정도로 다른 특수성을 가진 것도 청바지 원단인 데님”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는 “데님은 휴대전화나 지갑을 주머니 어디에 넣느냐, 어떻게 의자에 앉아 있느냐 등 생활 습관에 따라 특정 부위가 탈색돼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만의 옷으로 완성된다”며 “또한 데님 염색의 원료인 인디고 염료는 고대 인도에서 약초로 사용돼 왔고, 항균과 항취 기능이 뛰어나며 면 소재로 이뤄져 우리 몸에도 좋다”고 데님 예찬론을 펼쳤다.
황 대표는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청바지와 데님에 대해 ‘가성비’를 이야기했다. 황 대표는 “값비싼 유일무이한 청바지보다는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청바지를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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