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님 생산 ‘태창’이 모태
사업 다각화하다 결국 파산
일부 임직원이 의기투합
2013년 베트남 공장 설립
친환경 원단으로 인기 몰이
유니클로 등에 제품 제공
올 매출 700억 달성 눈앞
2019년 의류 유통업 도전
TCE코퍼레이션은 최근 외부로부터 성공한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으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숱하게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생산 공장조차 짓지 못하던 회사가 공장이 가동되자마자 매년 100%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보이면서 2016년 글로벌 강소기업,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 사업화 대상기업으로 선정되며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6일 찾은 서울 중구 삼각동의 서울영업소 사무실에서 황승태(42) 대표 이하 직원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연석 TCE코퍼레이션 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일감이 없어 10여 명만 남기고 다 회사를 떠났는데, 그때 멤버들이 다 돌아왔는데도 일이 더 많아졌다”며 “여기에 강연 요청과 문의가 많아 일이 더 바빠졌다”고 말했다.
TCE의 모태가 되는 태창기업은 1956년에 설립돼 국내 최초로 코르덴과 데님 등의 원단을 생산했다. 특히 2000년 이전까지 청바지의 원료인 데님 분야 영향력은 독보적으로 잠뱅이, 죠다쉬, 뱅뱅 등 국내 청바지 브랜드는 물론 리바이스 등 해외 브랜드도 태창기업 원단을 사용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섬유 제조업의 한계를 보이며 사업 다각화를 꾀하다 경영위기를 맞았던 태창기업은 결국 공장 부지와 법인을 외부에 매각하게 됐다. 넘어간 회사는 업종을 바꿔 생수 등을 생산하다 2012년 파산했다. 그 과정에서 당시 경영진과 직원 일부가 태창의 원단 기술력을 갖고 자산양수도를 통해 2007년 별도의 신생 회사인 TCE를 차렸다. 기술력만 있었을 뿐 생산시설 등 아무런 기반이 없었던 TCE 창업 멤버들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TCE는 수많은 원단 중 데님에 집중하기로 하고, 새 공장을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세우기로 했다. 황 대표는 “국내 패션업체가 많이 진출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고민해 봤는데 노동 인프라가 좋고 성장 가능성이 컸던 베트남을 택했다”며 “당시 베트남이 일본, 한국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둔 데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멤버이기도 했고, 관세가 적다는 점 등도 계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갑작스럽게 터진 2008년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베트남 경제 여건 악화를 불러왔고, TCE도 베트남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했다. 생산이 없으니 TCE는 오랜 기간 연속적인 결손을 보게 됐다. 경영진이 발 벗고 투자자 유치에 나섰지만 사양산업인 섬유업에 투자하겠다는 곳은 없었다. 황 대표는 “2008년 이후 5년간 투자를 받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돈 좀 있다는 사람과 기관은 모두 만나본 것 같다”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백사장 사진만 갖고 미포조선소 건설 투자를 받아냈던 것처럼, 우리도 원단 파일 사진만을 갖고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TCE는 2013년에야 투자자를 찾아 50억 원의 운영자금을 간신히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베트남 정부가 정책 금융을 대주면서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다.
일단 공장이 가동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기술력을 앞세운 TCE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공장을 가동해 현재 유니클로, GU, 타겟, 아메리칸이글, JC페니, 갭, 리, 뱅글러, 지스타 등 글로벌 유명 청바지 업체에 데님을 보내고 있다. 공장이 없던 기간 마이너스를 계속 찍던 매출도 2014년 70억 원에서 2015년 270억 원, 지난해에는 420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도 약 6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목표였던 700억 원을 거의 채웠다. 기업 확장을 위해 해외에서도 500억 원의 추가 투자까지 받게 됐다.
TCE는 올해 들어 국내 영업도 시작하고, 2019년부터는 베트남 의류 유통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회사가 잘되면서 TCE는 어려울 때 회사를 떠났던 직원들도 전원 복직시켰다.
TCE가 세계적인 청바지 메이커들로부터 인정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기술력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투웨이 스트레치 데님’은 기존에 좌우로만 늘어나던 데님을 상하로도 늘어날 수 있게 만든 TCE의 대표 제품이다. 22개의 염색 욕조를 활용하는 ‘22bath 인디고’ 염색 기술은 어떤 회사보다도 다양한 색상의 데님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이 기술력을 활용해 고객사가 원하는 데님을 생산해낼 수 있는 게 TCE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패션업체들이 원하는 친환경, 안전성에서도 TCE 제품들은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킨다. 염색 과정에서 더 적은 물을 사용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제품 자체에서 유해 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TCE의 생산기계는 모두 TCE 직원들이 직접 디자인해 제작됐다.
황 대표는 “기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직원들인 만큼 생산성도 월등히 높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인력 비용은 중국보다 10% 저렴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기술력을 갖추게 된 원동력에 대해 황 대표는 “굶고, 집에 있는 재산까지 팔더라도 연구·개발(R&D) 투자는 게을리하지 않았던 점”이라며 “우리의 현재 생산기술은 예전 태창의 것이 아니라, TCE를 차린 후 꾸준히 개발과 개량을 거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섬유산업, 특히 원단이라고 하면 노동집약적인 제품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지만 치열한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며 “보다 친환경적이고 질 좋은 원단을 만들어내는 게 저가 공세를 펴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향후 목표를 묻자 황 대표는 “데님으로 세계 정복을 하는 것”이라며 “데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직원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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