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나이 고려 ‘적정선’ 고민
최강희 감독 “내년에도 주전”
李 “올해 은퇴하는 것도 생각”
전북 현대와 계약 만료를 앞둔 이동국(38)을 둘러싼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30일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을 대표팀에서 은퇴시켰다. 신 감독은 11월 A매치 소집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제는 이동국을 놓아줘야 할 때”라면서 앞으로 대표팀에 차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동국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제 대표팀에 호출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하지만 최강희 전북 감독은 다르다. 최 감독은 지난 29일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을 확정한 뒤 내년 시즌도 이동국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백승권 단장에게 ‘이동국은 내년에도 필요한 자원’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동국 본인도 재계약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이동국의 은퇴 시기는 본인이 결정할 것”이라며 “나는 이동국이 내년에도 그라운드에서 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동국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동국은 “내가 계속 뛰면 한국축구의 앞날이 어두워진다는 말이 나돌아 ‘은퇴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내년까지 긴 시간이 남았고, 올해 은퇴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설명이 필요 없는 슈퍼스타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데뷔한 이동국은 프로축구 K리그 통산 가장 많은 200골을 넣었으며, 사상 최초로 70(득점)-7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12득점 이상을 올렸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한 이동국은 2011년, 2013년, 2015년에 재계약하며 전북에 남았다. 전북은 항상 다년 계약, 최고 대우를 보장했다. 2014년부터 공개된 K리그 연봉 자료에 따르면 이동국은 2014년(11억1400만 원)과 2015년(11억1300만 원) 국내 선수 1위였고 지난해엔 8억7000만 원으로 3위였다. 올해 연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나이가 재계약의 ‘쟁점’이 된다. 1979년생. 곧 40줄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전북 구단은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더는 이동국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전북 구단은 아직 2게임이 남았으니 시즌 일정을 마친 뒤 재계약을 협의하자는 뜻을 이동국의 에이전시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국이 ‘은퇴’라는 단어를 꺼낸 건 재계약에 소극적인 구단에 섭섭함을 느꼈고, 앞으로 전개될 재계약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동국과 에이전시는 종전과 달리 다년 계약을 고집하지 않는다. 에이전시의 한 관계자는 “계약 기간은 중요하지 않고, 1년 재계약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대 연봉’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연봉 삭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반면 전북 구단이 재계약에 소극적인 건 연봉 삭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동국과 전북 구단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결별’을 선택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동국이 전북 입단 이후 5차례 정규리그 우승, 1차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살아 있는 전설’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측면에서 이동국의 인지도는 경쟁자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특히 이동국을 향한 팬들의 지지가 절대적이란 점을 전북 구단은 잘 알고 있다. 반대로 이동국에겐 전북 구단을 외면한다는 게 선수 생명을 담보로 한 모험일 수 있다. 최근 국내리그에선 투자 축소, 몸값 줄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북을 제외하면 이동국에게 제대로 된 연봉을 지급할 구단은 없다”면서 “이번 재계약은 전북과 이동국에게 힘겹고 지루한 과정이 되겠지만 특수관계,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에서 절충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