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이어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에서도 다수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전·현직 금융감독원 간부가 부정청탁자에 끼어 있어 금융공기업 전체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의 전격적 압수수색은 고강도 수사의 예고편이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는 정말 난장판이다. 2012∼2013년 합격자 중 부정이 없는 경우는 5% 미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죽을 맛이다. 41개 산하 기관과 20개 유관 기관 모두에 대해 고강도 감사를 할 방침이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지원책으로 정부와 강원도가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했다. 비상임이사 및 사외이사를 강원지역 인사 중심으로 선임했고, 직원 채용에서도 강원도 출신을 우대했다. 강원도 국회의원은 지역 유권자의 추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강원랜드가 채용 절차를 엄격히 정해 부정청탁을 끊었어야 했다. 95%를 불공정하게 따로 뽑는 줄도 모르고 취업 희망에 부풀어 응시했던 지원자들은 땅을 칠 노릇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분담금과 증권 발행 수수료 등 감독권 관련 수입이 재원이고, 지방공공기관과 공직 유관 단체를 포함한 공공기관은 국민 세금 또는 공적 부담금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채용시험 공정성은 필수다. 역대 정권에서 선거공신 논공행상에 공공기관장 감투가 남용됐다. 낙하산 기관장은 막대한 재원을 멋대로 주물렀고, 정권 실세는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청년실업 심화로 신입 채용이 막강한 권력으로 떠오르자 채용 비리(非理)도 암세포처럼 자라났다. 뇌물은 형량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줄어들었고, 채용 청탁 처리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관장이 늘어났다. 불공정하게 선임된 낙하산 기관장 아래서 공정한 인사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 수준에 비해 공공기관 비중이 과중하다. 금융부문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100% 정부 소유 정책금융과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민간부문과 경쟁하는 공기업이 공존한다. 이들 금융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정치권력에 예속되면서 채용비리 암세포도 자라났다. CEO의 함량이 부족할수록 노동조합에 휘둘리고 효율성은 망가진다. 요즈음처럼 인건비와 상관없이 정규직을 증원하고 성과보상 체계도 허문다면 지속 가능성이 유지될지 걱정이다.
유능한 직원을 공정하게 채용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외견상으로는 공정해 보이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응시원서에 출신학교 등의 기재를 금지한 상태로 서류를 평가하면 점수 편차가 확대돼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사람이 다양해지겠지만, 최종 합격자 선정 단계에서의 편차는 다시 줄어든다. 서류전형에 합격해도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업무 성격이 다른 공공기관 여러 곳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도 문제다. 각 기관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채용시험을 치르면 취업준비생의 부담도 줄어들고 채용 후 신입 교육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취업 준비사항에 대한 충실한 공시에 대한 배점을 높여야 한다.
응시원서를 수백 통이나 쓰면서 매번 낙방의 아픔을 겪은 청년들이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를 접하고 억울해할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취업 준비생을 가진 부모의 심정으로 채용 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김동연 부총리의 각오에 공감하며 단호한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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