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구청·소방서 연락하다
‘숨 붙어있던 고라니’ 죽기도


회사원 A(25) 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5시 50분쯤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인천국제공항 방면 왕복 2차선 도로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경찰(112)에 신고했다. 안개까지 자욱한 새벽길에 자칫 사람으로 오인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소방(119)에 공조 요청을 했고, 공조 요청을 받은 소방관은 최초 신고자인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고라니가 살아 있는지를 물었다. 해당 소방관은 A 씨가 “어두워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관할 구청에 다시 신고하도록 했다. 도로 위에 야생동물이 죽어 있으면 구청에서 사체를 처리하게 업무가 나뉘어 있다는 게 이유였다. A 씨는 다시 인천시 종합민원콜센터(120)에 전화를 걸어 “도로 위에 고라니가 죽어 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과 구청 공무원은 차에 치인 고라니가 아직 살아 있다며 A 씨에게 119에 다시 신고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A 씨는 바쁜 출근길 도로 위에 고라니 한 마리를 치우기 위해 경찰과 소방, 구청에 번갈아 신고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뒤늦게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6시 59분, 앞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구청 공무원은 그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 도로 위에 1시간 넘게 방치됐던 고라니는 그사이 숨이 멎어 현장을 지나던 청소차량에 의해 수거됐다.

A 씨는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공무원이 서로 떠미는 모습이 보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소방본부는 경찰관의 공조 요청을 받고도 당시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소방관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지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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