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생명체로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려면 상상력을 적극 발휘해야 한다. 인간이 지닌 많은 특징과 인간 중심의 척도를 포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계나 달력으로 재는 시간과 세월은 해안의 새와 물고기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빛과 암흑, 밀물과 썰물은 먹이를 먹을 시간과 굶주릴 시간, 적의 눈에 쉽게 띄는 시간과 비교적 안전한 시간을 의미한다. 우리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바다에서의 삶이 지닌 특징을 알 수 없고, 우리 자신을 그 속에 투영할 수도 없다.”(29페이지)

‘침묵의 봄’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은 첫 에세이집 ‘바닷바람을 맞으며’(에코리브르)에서 인간의 생각에서 벗어나, 인간의 시계와 달력과 다른 ‘자연의 상상력’을 가질 것을 부탁한다.

1941년 출간된 이 책은 카슨이 직장 없는 동물학자이자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던 그의 인생에서 드물게 평화로운 시절에 쓴 글이다. 책은 바다를 중심으로 살아 남고 번식하기 위해 분투하는 각각의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바다의 생명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깊은 확신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수백만 년 동안 조용히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간 모래톱 위를 나는 새들의 비행을 지켜보는 것은, 이 지구와 마찬가지로 영원히 존재하는 대상에 관한 지식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은 인간이 바닷가에 나타나 경이에 가득한 눈으로 대양을 바라보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몇 세기와 몇 세대에 걸친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왕국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가운데 해가 가고 또 다른 해가 오면서 계속된 일이다.”

인간의 짧은 시간을 넘어선 생명에 대한 경의. 출간된 지는 수십 년이 지났지만 카슨이 전하는 말들은 더 간절해졌다.248쪽, 1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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