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스펙터클 사회….’
근래에 회자되는 대한민국의 ‘별칭’이다. 이들 별칭은 분노와 좌절을 감정적으로만 표출하거나 표피적인 변화만을 표현한다. 과거 대한민국을 대변해 온 ‘한강의 기적’은 빛이 바랜 지 오래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실천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상징적인 대안’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30년 동안 언론계에 몸담아 온 저자는 ‘회전목마 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상징으로 이 같은 고민을 풀어내고 있어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저자의 얘기를 들어 보자. “회전목마는 그 자리에서만 늘 빙빙 돈다. 울타리를 박차고 달려가지도 못한다. 한동안 쾌감을 누리던 목마 탄 사람들도 이제 지쳐 떨어졌다. 문득 수십 년간 과거에 갇힌 채 더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 오버랩됐다. ‘회전목마 공화국’ 제목은 그렇게 붙었다.”
서구 국가는 200여 년간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치인, 기업인, 관료, 학자, 법조인, 언론인 등 국민 각자가 자아 성찰과 자기 교정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렇게 선진국이 됐다. 반면 세계 최빈국이던 대한민국은 이런 험난한 여정을 건너뛴 채 앞만 보고 질주했다. 그 결과 불과 수십여 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궈냈다. 그러다 보니 각 분야에서 ‘성장의 모순·역설’이 여전히 되풀이된다. 민주화가 진전됐는데도 불신·대립·갈등은 격화하고 있다. 고도성장을 해 왔지만, 양극화·청년실업은 심해지고 있다. 이런 ‘모순덩어리’에 짓눌린 우리는 10여 년째 ‘중진국의 함정’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는 그 책임의 한복판에 정치가 있다고 강변한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편 가르기’ ‘이념 갈등’ ‘정치 보복’ ‘전 정부 정책 전면부인’ 등과 같은 어휘와는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회전목마 공화국’이라는 저자의 상징적인 규정에는 “과거를 내치고 미래로 내달려야 한다”는 강한 열망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제 대한민국은 ‘압축 성장의 딜레마’ 속에서 맴도는 목마의 등에서 내려와 단박에 줄달음칠 야생마로 갈아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미래학의 대가인 앨빈 토플러(“과거와 싸우지 말고 미래를 만들어라. 그러면 미래가 과거를 정리해 줄 것이다”)와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의 말을 인용하면서, (진보든 보수정권이든 과거 청산에만 몰두하는) 대한민국에 던지는 경고로 들린다고 적고 있다.
저자는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내부싸움은 접고 힘을 합쳐 과거에서 미래 발전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데 국가 총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12년부터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맡으며 기명으로 쓴 200여 편의 글 중 100편을 추려 모은 것이다. 이 책에는 반평생 ‘파수견’을 자처해 온 역정과 직관이 담겨 있다. 관심사도 정치·사회·경제·과학·농업 등을 망라하고 있다.
이 책은 어찌 보면 ‘실패하지 않기 위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침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책에 대해 “(저자의 글은) 마치 스타트 건의 총소리를 듣는 것처럼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곤 했다. 우리 경제, 사회가 패러다임 전환기에 서 있는 지금, 제 고민의 해결책을 찾는 텍스트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저를 연마시키는 숫돌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353쪽, 1만6000원.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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