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온갖 악재와 정부·자치단체의 규제에도 ‘내부 악재’에 의해서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7년 말 부동산 시장은 이런 명제에 의문을 품게 할 정도로 ‘역(力)겨운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2014~2016년에 쏟아진 250만 가구(실)가 넘는 주거시설(아파트와 오피스텔, 각종 주택 등)이 대거 입주에 들어가는 데다 정부의 투기지구와 투기과열지구 지정(8·2 부동산 대책) 등 부동산 규제는 11월 중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예정),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2018년 1월) 등으로 정점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1400조 원을 넘는 가계부채 리스크(위험)와 금리 인상이라는 홀은 커지는 중이고요. 당연히 거래 절벽, 청약시장 양극화, 미분양 증가, 준공 후 미입주가 고개를 들고 있지요. 문제는 지난 10여 년에 걸친 저금리에 따른 시중의 풍부한 자금유동성이 ‘악재 판’을 보이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정부 규제의 화(禍)는 거래 절벽이 신호를 주고 있습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된 아파트 현황을 볼 수 있는 10월 서울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791건에 그쳐, 지난 7년 이래 최소를 기록했지요. 부동산 성수기에다 가을 이사철인데도 매매가 얼어붙은 것이죠. 주택 청약시장 양극화도 의미 있는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10월 청약 접수한 전국 19개 단지(민간 일반분양)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곳은 47%인 9곳에 불과했습니다. 더구나 서울 4곳을 빼면 70%가 넘는 지역이 1순위 미달을 기록했지요. 이에 따라 서울 청약경쟁률만 보고 분양 시장을 해석하면 ‘숲을 보지 못하는’ 오판을 할 수 있습니다. 미분양 증가도 ‘상투’의 전조입니다.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8월(5만3130가구) 대비 2.4%(1290가구) 증가한 총 5만4420가구에 이르지요. 이 중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도 1만 가구(9963가구)에 육박하고요. 잔금을 내지 못하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입주자가 없는 아파트를 합하면 2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모든 시장이 화양연화(花樣年華·가장 좋은 시기)를 거쳐 반드시 내리막길을 맞듯이 부동산 시장도 ‘호재(好材) 없는 열기의 시간’은 결코 오래 가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반짝’하지만 서서히 냉각되지요. 온갖 악재가 쌓이는 지금 부동산시장은 ‘상투의 조건’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상투는 정점이지요. 내부충격에 의한 급랭과 경착륙이 없었던 한국 부동산 시장이 처음으로 외부충격 없이도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실수요자나 일반 투자자들은 2017년 말과 2018년의 시장 정세를 제대로 판단, 상투를 잡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soon@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