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항아리 개인전 여는 ‘사기장’ 강민수 작가

청각장애 극복하고 묵묵히 작업
제작기법 단절…자료통해 재현

“장작가마는 불길이 일정치않아
어느 하나 같은 것 없는 항아리
손이 못하는 것을 불이 만든 셈”


“몸이 둥근 데다 굽이 아가리보다 좁기 때문에 놓여 있는 것 같지 않고 공중에 둥실 떠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직 우리 항아리의 결점을 보지 못했다. (중략)

둥글다 해서 다 같지가 않다. 그 흰 빛깔이 모두 다르다.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

달항아리에 심취해 ‘항아리’ ‘새와 항아리’ ‘여인과 매화와 항아리’ 등을 남긴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은 달항아리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둥근 모습의 달을 닮아 이름도 그처럼 붙여진 달항아리는 17~18세기 조선 시대에 만들어지던 도자기로 일반 도자기보다 모양이 큰 것이 특징이다. ‘백자대호’로도 부른다. 크기 때문에 물레로 위와 아래의 몸통(윗발, 아랫발)을 따로 만들어 결합한다. 그런데 그 같은 작업 때문에 비례가 다른, 약간 일그러진 듯한 달항아리 특유의 미학이 탄생한다.

‘사기장’ 강민수(46) 작가가 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에서 달항아리 30여 점으로 개인전을 연다. 어린 시절 열병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작가는 경기 광주 쌍령동 가파른 산비탈에 자리 잡은 가마와 작업실에서 20년 가까이 달항아리만을 만들고 있다. 귀 닫고 입 막은 채 묵묵히 물레질을 하는 모습이 은은한 자태만을 드러낸 채 역시 말이 없는 달항아리를 닮았다. 10여 년 전 인공와우수술을 받아 청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아직도 정면에서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만 알아듣는 정도다.

강민수 작가가 경기 광주에 있는 작업실에서 물레질을 하며 표면을 다듬는 도구인 ‘근개’로 달항아리 표면을 고르게 다듬고 있다.
강민수 작가가 경기 광주에 있는 작업실에서 물레질을 하며 표면을 다듬는 도구인 ‘근개’로 달항아리 표면을 고르게 다듬고 있다.

“처음 대학원(단국대 대학원 도예과)에서 박종훈 교수님으로부터 달항아리를 만들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는 불만이 없지 않았어요. 하필이면 제작 기법 등이 단절된 달항아리를 시키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죠. 혼자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달항아리를 보고 그나마 얼마 안 남은 자료를 수집해 재현에 열을 올렸어요.”

가마와 작업실에서 쉼 없이 그는 달항아리를 빚었다. 그리고 국내에서 달항아리 본연의 맛을 살려내는 몇 안 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 됐다.

“달항아리는 동그랗고 백색으로 형태가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만들어도 만들어도 같은 것이 없어요. 처음에는 무조건 옛 모습만 따라 만들었는데 점차 선조들의 달항아리 제작 기법 중 균형, 비율, 형태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의 작업과정을 살펴보자. 높이 40~60㎝ 되는 항아리를 물레로 돌리고 빚어 잘 말려서 900도 온도의 가마에서 초벌구이를 한다. 그리고 이를 식혀서 유약을 바른 후 다시 1300도 고열의 가마에서 구워낸다. 체력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작업이다. 이와 관련, 그는 “어머니가 몸이 불편한 것에 지지 말라고 그러셨는지 일부러 저를 일반 학교에 보내고 수영과 골프로 몸을 단련시키셨는데 그때 키운 체력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달항아리 특유의 미감을 살려내기 위해 장작가마에 국내산 소나무로만 불을 때고 흙도 강원 양구의 백토만을 쓴다. 비록 흙의 품질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국산 흙을 써야 은은한 유백색 빛깔이 나오기 때문이다. 품질 좋은 수입 흙으로 빚으면 너무 새하얗게 되거나 번질거린다. 특히 그는 달항아리 제작과정에서 장작가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장작가마에서 구우면 나무가 타면서 재가 날아가 달항아리에 붙어 녹으면서 투박한 느낌을 만들죠. 대신 잡티를 만들어선 안 되기 때문에 소나무를 때더라도 껍질을 벗겨요. 또 가스가마는 불의 방향이 일정해 찌그러질 일이 없지만 장작가마의 불길은 일정하지 않아 건조 당시의 모습이 왜곡되면서 ‘새로운 선’이 만들어지는데 오히려 그 왜곡이 달항아리의 미감을 더 키워줍니다. 손이 만들 수 없는 것을 화룡점정처럼 불이 마무리해 주는 셈이죠. 가마 불길 앞에 앉아 있으면 이번에는 또 어떤 새로운 작품이 모습을 드러낼지 기대가 될 정도입니다.”

경기 광주 = 글·사진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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