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들이 지켜온 아름다운 전통 중 하나는 전임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점이다. 전임 대통령들은 아무리 후임자가 못마땅해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비판을 삼가고, 현직 대통령은 국가적 재난이 났을 때 전임자들과 손을 맞잡고 통합을 호소한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이 같은 품격 덕분에 건국 이래 미 대통령들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미국의 정치 문법을 파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년을 맞으며 이 같은 미풍양속이 과거의 유산이 될 조짐이다. 43대 대통령인 조지 W 부시와 44대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편견에 가득 차 분열 정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물론 트럼프를 거명하진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인 데다 자신의 대표적 정책을 잇달아 폐기하는 후임자에 대해 분노할 만하지만, 공화당 출신인 부시 전 대통령까지 트럼프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부시나 트럼프나 매한가지”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지만, “부시의 얘기를 들으니 트럼프에게 투표한 게 후회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구관이 명관인가. 미국 최악의 대통령 리스트에 올랐던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최근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갤럽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 퇴임 후인 2009년 실시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 중 10%만이 호의적이라고 답했지만, 최근엔 41%까지 올라갔다. 유거브(YouGov)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절반(51%)이 부시에게 호의적이라고 답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이라크 전쟁 등 실책을 범했지만 여하튼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은 지녔다는 게 중론인 듯하다. 그는 지난달 29일 휴스턴에서 열린 다저스와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5차전 시구자로까지 나섰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는 “실수를 수없이 반복한 뒤 최종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슈퍼 파워에 도취해 늘 제멋대로 행동하지만, 그래도 최종적으로는 세계를 위해 옳은 일을 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처칠의 평가에 딱 들어맞는 미국인이 있다면 아마도 부시 전 대통령일 것 같다. 칠순이 넘어서야 민주주의와 인권,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해온 통합적 지도자로 재평가받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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