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서‘국민’70차례 언급
‘국회의 동의·협조 믿는다’압박
정책연대 없고 ‘과거사’ 전쟁만


정부 출범 6개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서 ‘협치’와 ‘통합’의 메시지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과 ‘촛불’ ‘국민’ ‘국가’ 단어의 사용 빈도를 늘리고 있다. 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이 70%에 달하는 국정 지지율을 등에 업고 일방적으로 국회의 동의와 협조만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당일 야 4당 대표를 차례로 예방하며 “야당과도 소통하면서 국정동반자의 자세로 (국정 운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기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정치’는 주요 비판의 화두였고, 문 대통령은 수시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새롭게 출범한 정부와 야당 간의 협치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내각 인선을 둘러싼 코드·보은 인사 논란, 전 정권을 겨냥한 적폐청산·개혁 드라이브 등이 진행되면서 국정 운영에서 협치는 사실상 실종됐다. 11월 예산과 입법 정국을 맞이한 국회는 정책 연대가 아닌 여야 간 과거사 전쟁만 예고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지금 서로 전(前), 전전, 전전전(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완전히 정신이 없다.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1700만 촛불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에만 매달리느라 국회와 협치를 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1일 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은 ‘야당 무시’의 인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21회에 걸쳐 ‘국회’를 언급할 때 ‘협조를 부탁한다’ ‘함께 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야당을 압박하는 데만 치중했다. 국회 연설인 만큼 의례적으로라도 협치를 강조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문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논의가 지지부진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의 구성을 재차 촉구한 수준에 머물렀다.

오히려 이번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국민’이 무려 70차례, ‘국가’가 25차례나 언급됐다. 지난 6월 12일 추경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국민’ 24차례, ‘국가’ 8차례였다. 야당 관계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에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선언처럼 들렸다”며 “문 대통령이 의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국민의 지지율만 믿고 가겠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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