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일자리예산 29% 급증
총지출 비중도 사상첫 5%대

최저임금 보전 3조 유례없어
한번 지원하면 중단 쉽지않아
매년 국민혈세 들어갈 수밖에
명분 내세우다 재정 휘청 우려


‘세금 주도 일자리 현실화하나?’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내년 일자리 예산이 사실상 올해보다 29.8%나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전체 예산(총지출)에서 차지하는 일자리 예산 비율도 실제로는 5.2%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5%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상당 부분을 국민 혈세(血稅)인 재정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두고 여야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이 확실시된다.

6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일자리 예산이 올해(본예산 기준, 17조737억 원) 대비 12.4%(2조1178억 원) 늘어난 19조1915억 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정처는 최근 펴낸 ‘2018년도 예산안 총괄분석’을 통해 “정부의 분류에 따른 2018년도 일자리 예산안에는 최저임금 인상 재정 지원을 위한 일자리 안정 자금 지원 사업(2조9708억 원)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일자리 예산 규모가 사실상 과소계상(過小計上)돼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 16.4%(1060원) 중 과거 5년치 평균 인상분(7.4%)을 제외한 9%를 영세 자영업자에게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예산실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대상이 되는 약 463만 명(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기준) 중에서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근로자는 약 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 재정 지원을 위한 일자리 안정 자금 지원 사업이 정부 발표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할 경우, 실질적인 의미에서 내년 일자리 예산은 22조1623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29.8%(5조886억 원)나 늘어난다. 전체 예산(총지출)에서 차지하는 일자리 예산 비율도 2014(3.4%)∼2015년(3.7%)만 해도 3%대였지만, 2016(4.1%)∼2017년(4.3%) 4%대로 높아진 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5%대를 기록하게 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날부터 열리면서 내년 예산안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재정 지원을 위한 일자리 안정 자금 지원 사업을 포함한 내년 일자리 예산에 대한 정치권의 논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재정에서 지원할 경우, 그 뒤에도 지원하지 않기가 상당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내년에는 지방선거 등 정치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어서 2019년에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재정에서 지원하지 않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하면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관행이 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혈세 먹는 하마’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박근혜 정부 등 전(前)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때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등 각종 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는데,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재정에서 지원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에서 지원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수 억∼수십 억 원짜리 ‘보조 수단’에 불과했지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정부 지원액은 대상자만 약 300만 명에 달하고, 지원액도 3조 원에 육박한다는 측면에서 ‘완전히 차원이 다른 정책’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추 의원은 “민간 기업의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국민 혈세로 3조 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금액을 지원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조차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해동·박민철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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