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는 문인이 주도한 사회였다. 선비 덕목 중에도 글 짓는 재주(詩)를 맨 앞자리에 두었고, 생각한 글을 표현하는 붓글씨 솜씨(書)를 다음 자리에, 그리고 그림 그리는 일(畵)은 남은 재주를 풀어내는 것으로 여겼다. 이런 탓에 조선 시대 회화 중에는 문인들이 그린 그림이 많이 남아 있다. 이를 ‘문인화’라 부른다. 중국의 영향으로 자라난 문인화는 조선 말 추사를 중심으로 북산, 고람 같은 이들에 의해 신감각 산수라는 독보적 회화를 일구었다. 따라서 문인화는 우리 그림의 중심에 있었다.
오늘에 이르러 우리는 문인화를 버리고 있다. 한국미술 근간을 허무는 일로 자기 부정의 역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현대미술이라는 명분으로. 최형주는 문인화의 혁신을 통해 한국 회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필묵의 힘과 색채감각, 그리고 서양의 구성 방식을 융합해 최형주 식 문인화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