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한 연세대 교수 경영학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해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규제를 개선해 자금과 인재가 몰리는 환경을 만들고, 성공한 창업기업이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도록 하며, 실패할 경우 재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벤처 선순환’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다. 성장이 있어야 분배할 몫도 있을 것이니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태계 조성에 추가했으면 하는 몇 가지 바람이 있다.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은 훌륭한 재능을 가진 창업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인재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보상 시스템이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 미국의 하버드, MIT, 스탠포드 등 명문대 학생들이 우리도 잘 아는 유명한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고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것은 스타트업이 성공할 경우 회사원으로서는 도저히 벌 수 없는 로또 같은 목돈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타트업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길게는 7∼8년, 짧게는 2∼3년 동안의 스타트업 참여로 일확천금할 수 있는 기회 때문에 명문대 졸업생들도 기꺼이 스타트업에 취업을 하며, 기업 공개까지 기업의 생사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런 인재들의 참여가 없으면 우리나라에서는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기존의 연구 결과를 보면, 스타트업은 일반적인 벤처 캐피털보다 기업 주도형 벤처 캐피털과 함께할 때 더 혁신적이다. 기업 매각이나 기업 공개를 통한 자금 회수도 빠르고,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의 도움을 받아 내부에서 만들 수 없었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어서 좋고,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의 자금과 경험을 이용해 더 빠른 속도로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창업자금의 회수는 상장과 같은 기업 공개를 통해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 미국의 창업가들은 기업 공개(IPO)보다 기업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를 더 많이 한다. 2016년 한 해 동안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1달러였다면, 기업 매각을 통한 조달 자금은 143달러나 됐다. 또한, 1990년대에는 벤처 캐피털이 투자한 기업 중 약 70%가 IPO를 이용해 자금이 회수된 반면, 2000년대에는 80%가 인수·합병(M&A) 시장을 통해 회수됐다. 창업가의 입장에선 IPO나 기업 매각이나 똑같이 자금 회수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IPO를 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과, 대기업에 M&A돼 성장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링크드인을 인수했고, 테슬라는 솔라시티를 인수했으며, 1000개가 넘는 기업이 M&A 시장에서 거래됐다. 스타트업이 오라클과 같은 대기업의 브랜드와 기술력·시장을 이용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는 글로벌 제약회사에 기술을 매각해 다음 신약 개발 자금을 얻을 수 있다. 즉, 스타트업의 창업가들에게 기업 공개라는 출구 외에도 기업 매각의 가능성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대기업은 자금과 시장과 브랜드 등을 가지고 있지만,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부족하다. 따라서 대기업은 자신의 약점을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의 M&A 시장을 활성화해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대기업의 자금과 브랜드를 등에 업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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