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용 논설위원

요즘 SNS상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는 ‘시민운동’이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소장 이종혁 교수)가 손잡고 펼치는 ‘빨간 원 프로젝트’다. 지난 9월 15일부터 시작된 몰래카메라범죄 추방 공공캠페인이다. 이 운동에 참여하려는 시민은 SNS에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둘레에 빨간 원 스티커를 붙인 인증사진과 함께 해시태그(#)가 달린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나는 감시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적은 게시물을 올리면 된다. 캠페인이 전개된 지 두 달도 채 안 됐는데 벌써 스티커 초기물량 6만 개가 동이 나 10만 개를 추가로 만들어 배포할 정도다.

동참자 면면도 다양하다. 일반인은 물론 배우, 가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설경구, 거미, 진종오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빨간 원을 고안한 이 교수는 “빨간 원 프로젝트는 기업이나 유명인 중심의 과거 캠페인과는 달리 내가 주인공”이라며 “시민들에게 몰카범죄의 심각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금지·주의·경고의 상징인 빨간색 원형 스티커를 통해 몰카범죄에 집단저항하는 시민들의 ‘작은 외침’인 셈이다.

빨간 원 프로젝트는 급증하는 몰카범죄의 산물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1523건에 불과했던 몰카 적발 건수가 지난해 5185건으로, 5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몰카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을 만한 급증세다. 2013년부터 올 7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불법촬영 범죄유형을 보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직접촬영이 85.5%로 단연 압도적이다. ‘안경 몰카’ ‘볼펜 몰카’ 등 위장형 카메라 설치 촬영도 5.1%를 차지했다. 얼마나 심각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두 번이나 직접 나서서 관련 부처에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 내렸을까.

빨간 원은 ‘너지(nudge)의 힘’을 잘 활용한 사례다. 너지는 누군가를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의미다. 어떤 정책이든 규제와 처벌로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기보다는 그들이 스스로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해야 성공한다는 이론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품은 행동경제학의 거목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주창했다. ‘빨간 원 운동’이 사회 각 분야에 들불처럼 번져 문 정부의 거친 정책에도 ‘너지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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