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前 외교부 차관

지난 6월 29∼30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7일 서울 한·미 정상회담도 잘 끝났다. 국빈방문에 걸맞은 의전을 비롯해 제반 준비가 철저했고,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 북핵, 한·미 FTA 개정 등 핵심 의제도 ‘정답’을 도출해냈다. 강력한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최대의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불러내며, 한·미 FTA를 호혜적 방향으로 개정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제한된 재원을 가지고 국가안보를 극대화해 나가는 데 있어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어떠한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최첨단 군사정찰 자산 획득과 개발을 위한 협의를 즉시 개시하기로 했다”고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무기를 주문할 것이며, 이미 승인 난 것도 있다”고 한 점이다.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이른바 ‘3축 체제’(선제공격용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를 완성하기 위해 최첨단 정찰자산과 전략자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공격-방어-보복으로 구성된 3축 체제는 기술적 한계, 천문학적 비용, 미국의 냉소적인 입장 등으로 이전 정부부터 제대로 진척이 안 된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축 체제에 대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냉소적 자세를 버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활용해 대대적인 미국산 무기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처하기 위해선 한·미·일 안보 협력 차원을 넘어선 군사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사드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 측에 제시한 ‘3불’ 입장(MD 가입 불가, 사드 추가도입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으로 인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게 어려워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 지속에 합의했는데, 3국이 군사동맹조약만 맺지 않고 실질적인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국의 반발을 부르지 않을까? 주말에 있을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서 연관 질문이 나올 경우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신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균형외교’라는 용어는 자제하는 게 좋다. 박근혜 정부도 미국과의 동맹을 주축으로 중국과도 잘 지낸다는 의미로 균형외교를 강조했으나, 한·일 관계가 경색되는 가운데 일본 측 인사들이 워싱턴에 가서 한국이 중국 쪽으로 가까이 간다고 ‘고자질’한 결과 한·미 간에 틈새가 벌어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대로 중국, 아세안, 러시아, EU 등과의 외교관계를 다변화해 균형 있는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라면 그냥 ‘다변화 외교’라고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첨단무기를 구매하는 것과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연계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구매한다 하더라도(국제관행과 달리) 일시불로 내지 않는 이상 미국에는 별로 생색도 안 날 것이다. 미국 무기를 많이 도입하면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쉬워질 것으로 보고 안이하게 접근하다간 무기 도입 비용과 한·미 FTA 개정 비용이 함께 상승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최고의 에이스들을 내세워 당당하게 협상에 임하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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