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양반 지금 뭐하는 거야? 아프리카에 가서 남의 나라 일 봐줄 때야?”
그때 일행 하나가 대답했다.
“아따, 놔둬라. 거기 혼혈 미녀가 많단다. 이제 재미 좀 봐야지.”
“맞아, 많이 참았지.”
옆쪽 사내가 킥킥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을 때 기자가 서동수에게 물었다.
“동성유통이 중국에서의 매장 폐쇄로 곧 부도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증권가에 떠돌고 있습니다. 주가가 대폭락했고요. 서 회장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실 겁니까?”
“난 중국 내 매장 건물과 매장 부지까지 모두 중국 정부에 증여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서동수가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
“동성유통이 부도가 나더라도 실업자는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모두 계열사에 분산 고용될 테니까요.”
“엄청난 피해를 보셨지 않습니까? 억울하지 않으세요?”
“우리도 정부가 있으니까요.”
서동수가 말하자 기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50대의 기자는 시사 토론 등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사다. 기자가 바로 물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도 정부가 있다니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아니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머리를 젓자 기자가 다가앉았다.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자세다. 그때 아까부터 벼르고 있던 ‘안티’ 서동수 손님이 나섰다.
“정부가 어쩌라는 거야? 다 제가 저질러 놓고서는, 잘되면 제가 잘한 것이고 안 되면 조상 탓이야?”
그 말에 대답하는 것처럼 서동수가 똑바로 손님들을 보았다.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조금 과장된 표현 같지만 한국 대사관이나 같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면서 외국 사회와 직접 연결되는 터라 오히려 대사관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서동수가 안티 손님을 똑바로 보았기 때문에 식당 안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숨만 들이켰을 때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바로 국가입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한국을 가차 없이 유린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홍위병을 내세워 한국 기업을 말살하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한국이라는 국가를 말살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기자가 끼어들려고 기를 썼지만 서동수가 손을 들어 막았다. 서동수의 기세에 눌린 기자가 입을 다물었다. 서동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기증한 중국 동성의 매장과 부지가 박물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다른 기업은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겠지요. 이것이 동성의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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