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그동안 재산을 부풀려 공개해 온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실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달 발표한 2017년 ‘미국 400대 부자 리스트’에 로스 장관의 이름이 빠지면서 알려지게 됐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회장을 지낸 로스 장관은 자신의 재산을 29억 달러라 밝혀 왔는데, 포브스 조사에 따르면 7억 달러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로스 장관은 포브스 조사는 가족 명의 신탁자산 20억 달러를 계산하지 않은 것으로,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7억 달러도 어마어마한 재산이다. 그런데도 실제 재산보다 4배나 많다고 주장해 온 것이다.
미국에선 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을 과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의심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산이 1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포브스 등에서는 31억 달러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재산을 가급적 축소해 공개하는 한국 공직 사회 분위기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러나 부(富)를 성공의 척도로 간주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선 재산이 많다는 것이 자랑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 사회는 일정 정도 재산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삶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국정(國政)을 다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부(富)의 형성이 재능과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운(運)이란 요소도 제법 중요하다. 그렇기에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도 있다. 코르시카 섬 촌놈으로 태어나 프랑스 황제 자리에 올라 유럽 정복을 꿈꿨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사령관을 선임할 때, 재능 있는 장군보다 운 있는 장군을 선호했다고 한다. 최소한 자신의 운을 확신하는 사람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엔 오랜 주자학적 전통 덕분에 부를 경멸하는 문화가 있다. 특히, 공직자는 청빈해야 하며 부를 멀리해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또,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재산 축적 과정을 되돌아보면 적절치 못한 경우가 많았으며, 이 때문에 부자가 존경받지 못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때 ‘부자 되세요’란 광고 문구가 대인기를 누렸던 것처럼, 다른 한편 부를 열망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로스 장관처럼 부를 과장해서 과시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부를 죄악시하고 애써 감추려는 풍조는 이제 사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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