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 제1장 ‘이명박·박근혜 9년 적폐 청산’의 6번째 항목으로 ‘능력과 전문성에 기초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제시했다. 전문성이 없는 무자격 인사들이 권력을 배경으로 정부 산하 공공기관·단체와 공기업, 정부 영향력 하의 조직 책임자로 기용돼 국가 효율에 큰 해악을 끼쳐온 것은 적폐 중의 적폐다. 그런데 최근 본격화하는 공공기관 인사를 보면 과거 정권들보다 결코 덜하다고 할 수 없는 ‘낙하산’ 행태가 속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10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 만큼, 더 이상 취임 준비 기간이 없어 인재 등용·검증에 소홀했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공직 5대 배제 원칙’ 공약은 이미 내각 구성 때 무너졌다. 마지막 장관 자리를 노리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는 그런 것도 넘어 위선(僞善)의 종합판이다.

최근 공공·금융기관은 물론 이른바 공영언론 분야 등에서 벌어지는 인사 실태를 보면 문 대통령이 인사 원칙으로 내세운 능력, 전문성, 공정성, 투명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의 노후자금 600조 원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문 캠프 출신인 김성주 전 의원에게서 이런 원칙을 볼 수 있는가. 지난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활동을 한 것이 연금 관련 경력의 전부다.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한국국제협력단, 한국마사회 등의 사장으로도 전직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해당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은 친(親)노조 성향이면 환영하고, 반대 경우엔 저지에 나선다. 낙하산의 ‘무자격’ 정도가 심할수록 노조와의 유착도 강해진다. 낙하산 사장과 노조의 이런 ‘반(反)개혁 공생’이 심각한 방만 경영의 주범이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 노조는 ‘비전문가’인 김 이사장을 환영하는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 정부 ‘낙하산’의 특징은 낙선 정치인이 많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장 자리가 고급 실업자 대책으로 비칠 지경이다.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으면서 과거 정권에서 기용된 인사들을 압박하는 수사와 세무조사 등도 여기저기서 벌어진다. 김인호 전 무역협회장은 최근 그런 실상을 공개적으로 개탄하기도 했다. 낙하산의 피해는 궁극적으로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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