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박찬욱에 드라마 맡겨
김용화는 할리우드 데뷔


한류의 중심이 스타(star)에서 크리에이터(creator)로 옮겨가고 있다. ‘설국열차’에 이어 지난 6월 개봉된 영화 ‘옥자’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봉준호 감독에 이어 박찬욱, 김용화, 김성훈 등 유명 한국 감독들이 연이어 해외 드라마나 영화의 메가폰을 잡는다.

지난해 영화 ‘아가씨’로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던 박찬욱 감독의 다음 행보는 영국 BBC 드라마 ‘더 리틀 드러머 걸(The Little Drummer Girl)’이다. 영국 소설가 존 르 카레가 1983년 펴낸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박 감독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 연출자다. 그런데 왜 BBC는 그에게 메가폰을 쥐여 줬을까? 그 인연은 지난해 개봉된 박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가씨’는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가 쓴 ‘핑거 스미스’(2002년)가 원작이었다. 이 때문에 ‘아가씨’는 영국에도 수출돼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핑거 스미스’는 2005년 영국에서 3부작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를 편성한 방송사가 바로 BBC다. 그들은 지극히 영국적인 소설에 이국적 색채를 담을 적임자로 박 감독을 택한 셈이다.

박 감독의 측근은 “영국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와 달리 100% 사전 제작되며, 촬영 기간 역시 영화 제작 못지않게 길다”며 “BBC에서 방송될 뿐, 박 감독 특유의 영화 문법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대표’와 ‘미스터고’ 등으로 유명한 김용화 감독은 마블 히어로의 창시자인 스탠 리가 운영하는 제작사인 파우엔터테인먼트, 루카프로덕션과 손잡고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그의 할리우드 데뷔작은 히어로물인 ‘프로디걸(Prodigal)’이다.

김 감독은 그동안 출세작인 ‘미녀는 괴로워’와 ‘미스터고’를 비롯해 12월 선보이는 ‘신과 함께’ 등 만화에 뿌리를 둔 영화를 다수 선보였다. 이 때문에 만화적 상상력을 실사로 구현하는 데 남다른 솜씨를 보인 김 감독에게 스탠 리와 제작진이 미공개 히어로물의 연출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이 외에도 ‘옥자’에 투자해 재미를 톡톡히 본 넷플릭스는 또 다른 오리지널 드라마인 ‘킹덤’을 제작하며 영화 ‘터널’로 유명한 김성훈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극본은 ‘시그널’과 ‘쓰리데이즈’ ‘싸인’ 등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쓴다.

미국, 영국의 유명 제작사와 방송사가 한국의 연출자를 찾는 것은 새로운 시각과 이야기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프로디걸’은 기존 미국식 히어로 영화와 달리 부성애(父性愛)를 이야기의 근간으로 삼았다. 좀비 스릴러 장르인 ‘킹덤’은 조선이 배경이다. 기존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자주 다뤘던 소재와 감성에 관심을 보이는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이에 익숙한 한국의 크리에이터에게 손을 내미는 셈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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