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운 초당산업 회장

“산에 미친 찰나 같은 50년, 나무가 모두 내 자식이었습니다.”

10일 세종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2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김기운(97·사진) 초당산업 회장에게 수상 소감을 묻자 돌아온 말이었다.

‘숲속의 거인’이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진 김 회장은 지난 50여 년간 전남 강진에서 인공 숲 조성에 힘써왔다. 여의도의 3배 면적에 달하는 임야 300만 평에 500만 그루의 편백·백합나무 등을 심어 인공 숲으로는 최대 규모인 ‘초당림’을 일궈냈다. 특히, 국내 최초로 고급 목재 수종인 백합나무를 대량으로 심어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김 회장은 이 초당림을 통해 총 3만4000명에 달하는 지역민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기도 했다. 농업·임업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자 고민하는 시점에서 가뭄에 단비같이 산림 산업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김 회장은 “초당림을 처음 개척할 때부터 단순한 숲이 아닌, 농토를 도우면서 동시에 목재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 수림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초당림의 의의를 설명했다.

숲을 가꿔온 50년 세월은 거인에게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01년에는 큰 산불로 10만∼20만 평에 달하는 면적이 잿더미가 됐으며, 2012년에는 태풍으로 6만 그루에 달하는 나무가 쓰러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살아남은 나무들에서 용기를 얻어가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농촌 교육이라는 또 다른 숲을 가꾸는 데도 힘을 쏟았다. 김 회장은 “고향인 전남 무안에 백제고등학교와 초당대학교를 설립했다”며 “대도시 밀집과 농촌 인구 감소 등 문제에 대해 고민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인간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지만, 숲은 세월과 함께 더욱 무성할 것”이라며 “이번 상은 내가 받은 것이 아니라 비바람 이겨내며 묵묵히 잘 자라준 초당림 숲속 나무들이 받은 상”이라고 말했다.

세종 =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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