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협상 소득없이 끝나
올 인플레이션 1000% 전망

부채 1500억달러 이상 추정
보유외환 100억달러에 불과


‘포퓰리즘 사회주의’의 대명사인 베네수엘라가 국가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 벼랑 끝으로 바짝 내몰렸다.(문화일보 11월 3일자 2면 참조)

13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베네수엘라 정부는 채권자들과 채무 조정 협상에 돌입했지만, 회의는 별 소득 없이 30분 만에 끝났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오후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하얀 궁전’에서 100여 명의 채권자, 대리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채무조정 회의를 개최했다.

채무조정 협상 대표인 타렉 엘 아이사미 부통령과 시몬 세르파 경제부 장관은 회의장에 입장한 지 20분 만에 건물을 떠났다. 아이사미 부통령과 세르파 장관은 각각 마약밀매와 부패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이들의 조기 퇴장은 미 재무부가 채권자들이 채무조정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재 대상자들과 협상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한 상황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이사미 부통령은 채권단에 만기 채무 상환을 너무 엄격하게 강요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국제 금융가들을 맹비난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 협상에서 채무 상환 의무를 지키겠다는 발언을 했지만, 채무 조정을 위한 제안을 하지 못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국영TV에서 “디폴트 상황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전체 채권자의 91%에 해당하는 414명의 채권자가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DPA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총부채는 1500억 달러(168조 원)와 1800억 달러(201조 원)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외환은 100억 달러(11조 원)에 불과하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 중 600억 달러(68조 원)에 이르는 투기등급 채권의 이자와 상환 조건 등에 대한 재조정을 원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 중 70%는 북미 지역에 있고 나머지는 중국, 러시아 등이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대 채권자는 20억7000만 달러(2조3147억 원)를 투자한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다. 이어 미국의 블랙록 투자 펀드가 17억9000만 달러(2조16억 원)를, 미국의 FMR LCC가 11억8000만 달러(1조3195억 원)를 각각 투자했다. 협상에서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것이란 전망은 이미 협상 시작 전부터 나왔다. 미국이 지난 8월부터 자국 금융회사나 개인의 베네수엘라 금융 거래를 제한하는 경제 제재를 시행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2013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사망 직후 줄곧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 국제 유가 하락은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에 치명타를 가했고 국민은 기초 물품 부족과 극심한 인플레이션(올해 예상 1000%)으로 신음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4월 이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120명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정치 혼란도 지속되고 있다. 한편 국제 스와프·파생상품 협회는 이날 뉴욕에서 베네수엘라 채권 회의를 열었지만, 디폴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14일 오전 다시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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