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교수 정치학

요새 정치권의 관심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쏠려 있다.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직전에 한 언급 때문이다. 이것이 이 전 대통령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건지, 아니면 1회성으로 끝날 건지는 모르지만, 이 전 대통령이 말을 던지면서, 이를 계기로 보수(保守)들이 결집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의 적폐 청산이 정치 보복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자신의 SNS를 통해 그런 유의 언급을 한 바 있다. 물론 본인이 직접 말하는 것과 SNS를 통해 언급하는 건 느낌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 정도로 보수층이 움직이고 안 움직이고 할 것 같지는 않다. 보수층이 그의 언급에 따라 결집할 것이라면, 그가 SNS에서 적폐 청산 작업에 대해 말했을 때 벌써 움직였을 것이다.

이렇듯 이 전 대통령의 언급이 보수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이유는, 그가 보수층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다. 이는 정치 경력이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보수층에 강한 임팩트를 줄 정도의 위치는 애당초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 갑자기 이 전 대통령의 보수 내에서의 입지가 강화될 것 같지도 않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의 언급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보수 세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역설적으로 보수층이 단결하고 보수들이 통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보수층이 단결하고 보수 대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보수를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상징성이 하루아침에 생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없는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보수들의 침묵은 길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보수가 더욱 침체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부분이 있다. 보수 자체에서 그런 사람이 나올 수 없고, 또 보수가 통합할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 수 없다면, 반대 측이 어떤 상황을 만드느냐가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상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아마도 상대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수들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이 오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그렇다면 지금 보수 대통합을 위해 가능한 것은 무엇인가? 유일한 방법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다. 즉, 지금의 상황을 직시하고 자신을 먼저 버리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살신성인의 자세를 요구하는 이유는, 이런 자세를 보일 때 비로소 행위의 진정성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 측면에서의 부족함도 메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살신성인의 모습은 당장은 해당 정치인이나 집단에 불리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다. 정치인들에게 지사적(志士的) 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상황이 보수들에겐 워낙 엄중하기에 정치인들이 이런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이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보수 대통합을 외치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의 대통합은 완전한 자기희생 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보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희생(自己犧牲), 살신성인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