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세입자 퇴거 강제집행 중 이 식당 주인 A 씨의 손가락 일부가 잘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 건물을 매입한 건물주 B 씨가 월 300만 원 수준의 임대료를 갑자기 1200만 원 수준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해 갈등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건물주 B 씨는 “같은 위치에 월 1100만 원 수준의 임대료를 제시한 사람이 있고, 이것이 현재 시세”라며 “오히려 A 씨 측이 과도한 권리금을 보상 명목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맞섰다. 양측은 13일에도 가게 앞에서 재차 대치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이 식당이 있는 서촌은 볼거리가 많은 지역으로 언론 등에 소개되며 임대료가 지난 5년 동안 전용면적 33㎡ 기준 40만∼50만 원에서 최대 150만 원 선까지 치솟았다. 한 부동산 업자는 “3년 사이 서촌 지역 점포 중 70%가 넘는 곳이 (임대료 상승 영향으로) 임차인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지역 상권 발전으로 기존 임차인이 높이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건물주와 갈등을 벌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번져나가고 있다. 관할 구청도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개인 간의 재산권 다툼이라 구청이나 시가 나설 법적 권한이 없어 사태를 지켜보는 중”이라며 “서촌뿐만 아니라 인사동·북촌·익선동 등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지만 현행 임대차보호법에 애매한 조항이 많아 대부분 극단적인 갈등으로 번진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서울서부지법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중고서점 공씨책방과 새 건물주의 임대료 다툼에서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공씨책방은 45년 전 문을 연 헌책방으로 서울시 미래 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재판부는 “현행법으로는 이런 결론밖에 가능하지 않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이례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임차상인 단체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은 ‘기간 제한 없는 계약 갱신 요구권’과 ‘월세 인상률 제한’ 등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 속에 현재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13건은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 상생에 대한 장기적인 합의와 끊임없는 소통이 이루어져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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